부산 송도스포츠센터 돌연 휴관… 애꿎은 구민만 피해
구청·구의회 해묵은 갈등 여파
의회, 운영비 전액 삭감 조치
구청 “주민 볼모로 의도적” 반발
정상화 대안 없어 이용자 한숨
운영비 부족을 이유로 수년간 법적 의무사항인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던 부산 서구 송도스포츠센터(부산일보 6월 21일 자 10면 보도)가 갑작스럽게 무기한 휴관 결정을 내렸다. 센터 운영을 둘러싼 서구청과 서구의회의 오랜 갈등이 무기한 휴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부 갈등 여파로 센터를 이용 중인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비판이 거세다.
26일 서구청과 서구의회에 따르면, 송도스포츠센터는 다음 달 1일부터 기약 없는 휴관 상태에 돌입한다. 센터 측은 최근 구의회에서 센터 운영비를 전액 삭감해 불가피하게 잠정 휴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장 강사 급여, 공공요금 등 다음 달 센터를 운영할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구의회는 추경에서 센터 운영 지원 예산 1억 3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수영장 안전요원 미배치 등 안전 관리가 부실했고, 센터 운영 역시 불투명하고 방만해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게 구의회의 설명이다.
구의회는 구청의 관리 부실로 인해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019년 현직 관장 A 씨가 부임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센터의 방만 운영을 지적했지만, 관리 감독 기관인 구청이 제대로 된 조처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태를 극단적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반면 구청은 구의회가 A 관장을 몰아낼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정상적인 센터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의회가 삭감을 강행했다는 거다. 구청 관계자는 “관장의 잘못과 별개로 예산 삭감은 센터를 이용하는 구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사실상 구의회가 주민을 볼모로 빨리 현재 관장을 교체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도스포츠센터의 무기한 휴관은 구청과 구의회 사이의 오래된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구청과 구의회 사이의 긴장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현재 양측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이런 갈등 관계가 결국 센터 휴관으로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구의회의 구정 질문에도 공 구청장은 질의 대상자임에도 불참했으며, 이를 두고 구의원들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2018년 이후 구의회는 공 구청장을 상대로 총 9번의 구정 질문을 신청했지만, 공 구청장은 7차례 불참했다. 하명희 서구의원은 “구정 질문은 대부분 구청장 공약에 대한 질문”이라며 “공약에 대해 누구보다 대답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가 정작 구정 질문을 여러 차례 피하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다”고 말했다.
결국 구청과 구의회 내부 갈등이 주민 피해로 이어지면서 주민 편의를 도모할 기관들이 정작 주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센터 정상화를 위한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휴관 소식에 주민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주민 체육시설이 적은 서구인데, 그나마 있던 센터조차 문을 닫으며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송도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우는 김 모 씨(46)는 “아무런 기색조차 없다가 오늘 아침에 휴관 소식을 듣게 돼 깜짝 놀랐다”며 “마땅히 다른 스포츠 센터도 없고, 이미 다음 달 수강 신청도 마무리돼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