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지켜야” 원전 보상 요구 지자체, 주민 알 권리는 ‘모르쇠’
고리3·4호기 연장 주민공청회
개최 지역 올해 16→13곳 줄어
부산진·북·연제구 신청도 안 해
해당 지역 주민 의견 제출 막혀
안전교부세 신설 요구만 열 올려
설계수명 만료에 따라 수명연장(계속운전)절차에 돌입한 고리원전 2호기에 이어 고리3·4호기도 수명연장을 위한 주민공청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6개 기초지자체 주민을 대상으로 열렸던 공청회는 일부 지자체가 공청회 개최를 희망하지 않으면서 대상 지역이 13개 구·군으로 축소됐다. 최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 중인 기초지자체가 정작 원전 안전에 대해 설명하는 공청회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다음 달 10일부터 14일까지 ‘고리3·4호기 계속운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를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한수원은 다음 달 10일 기장군 장안읍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내용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고리2호기 주민공청회는 고리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이내에 위치한 16개 기초지자체 전부를 대상으로 열렸지만 이번 공청회의 경우 부산진구, 북구, 연제구가 공청회 개최를 희망하지 않으면서 대상 지역이 13개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3개 기초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청회에서 의견을 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는 공청회 개최를 원하는 주민 의견이 적게 제출되는 등 개최 요건에 맞지 않아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제구 관계자는 “주민 5명 이상이 공청회 개최를 요구해야 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의견수렴 기간에 공청회 개최 요구가 많지 않아 공청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주민 5명 이상의 요구가 없더라도 주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지자체장이 사업자에 공청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부산 남구, 동구와 울산 중구, 남구 등 6개 지자체는 주민 의견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지자체가 직접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부산 남구 관계자는 “계속운전은 찬반 의견이 갈리는 데다 주민 안전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공청회 개최 요구가 적더라도 주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연제구, 북구는 올해부터 원전 인근 기초지자체 모임인 전국원전동맹에 가입해 원자력 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 중이다. 오태원 북구청장은 지난달 22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100만 주민 서명운동’에 참여해달라며 SNS 챌린지를 진행했다. 주석수 연제구청장도 지난달 25일 같은 내용의 챌린지에 참여한 바 있다.
이렇듯 주민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겠다며 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하는 지자체가 정작 원전 안전에 대해 설명하는 공청회에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원전 인근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도 모자랄 판에 사업자가 준비한 공청회까지 패싱하는 것은 주민 안전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며 “안전 문제에 무관심하면서 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