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 '불타오르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든 램지 버거·파이브 가이즈 한국 공략
부산 프레지던트버거·고등어 버거도 뜨길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그렇다고 햄버거가 값싼 정크 푸드(쓰레기 음식)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최근 프리미엄 수제 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햄버거 한 개 가격이 3만 원대라면 그 비싼 걸 누가 사 먹겠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 먹자고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뜨거운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을 주목하고,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고든 램지 버거'에서 고든 램지의 영상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고든 램지 버거'에서 고든 램지의 영상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헉! 햄버거 한 개에 14만 원

지난 4일 주문 마감 시간 직전인 오후 6시 50분에 '고든 램지 버거'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고든 램지가 직접 맞이하는 게 아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든 램지 본인은 아니고 영상인데 아주 그럴듯했다. 유감스럽게도 대기인 수가 많아 더 이상 대기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든 램지가 누구냐고?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셰프다. '헬스키친(Hell's Kitchen)'에 나와 입에 'Fuck'을 달고 사는 욕 잘하는 그 분. 고든 램지 버거는 그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 전문 매장이다. 지난해 1월 서울 롯데월드몰의 아시아 최초 매장에 이어 지난달 29일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개장한 것이다. 이번에 문을 연 센텀시티점은 영국 1개, 미국 2개에 이은 전 세계 5번째 매장이라고 한다.


'고든 램지 버거' 센텀시티점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고든 램지 버거' 센텀시티점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매장 면적 338㎡(102평)에 100여 석 규모인데도 빈자리가 없으니 눈으로 구경할 수밖에 없다. 요트에서 영감을 받아 매장 인테리어를 진행했다더니 뭔가 모르게 배에 올라탄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햄버거 단품 가격이 2만 7000~3만 3000원이다. 한우 '1++' 등급 패티를 사용해 14만 원이나 하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1966 버거'도 있다. 고든 램지 버거는 모든 메뉴에 냉장 보관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단다. 그래서 "재료들이 신선해 재료 본연의 맛도 느낄 수 있지만, 그 조화가 좋았다"는 후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고든 램지 버거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으로 오게 된 것은 잠실에 매장을 열었을 때 가장 많이 온 고객들을 살펴보니 부산지역 분들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추가로 고든 램지 버거를 국내에 오픈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부산에 프리미엄 햄버거 수요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2019년 부산 서면 삼정타워에 문을 연 쉐이크쉑 부산 1호점에 입장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SPC 제공 2019년 부산 서면 삼정타워에 문을 연 쉐이크쉑 부산 1호점에 입장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SPC 제공

■ 쉐이크쉑 뒤를 따르는 파이브 가이즈

지난 4월에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쉐이크쉑 버거'의 부산 두 번째 매장이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들어섰다. 한국에서 쉐이크쉑 버거가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는 많다. 쉐이크쉑은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7년 만에 전국에 매장을 25개로 늘렸다. 2017년에는 쉐이크쉑 한국 매장이 개점 7개월 만에 전 세계 매출 1위를 찍어 버리기도 했다. 당시 강남점은 하루 평균 3000~3500개의 버거가 판매되어 전 세계 120여 개 매장 중 단일 매장 기준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청담점 역시 매출이 3위권 안에 든단다.

역시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 가이즈'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파이브 가이즈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에 소셜미디어(SNS)는 난리가 났다. 개장 당일에는 문을 열기도 전에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글까지 올라왔다. 파이브 가이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도입을 주도했다. 먹방 유튜버로 이름난 쯔양은 한자리에서 파이브 가이즈 버거 8개를 먹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이브 가이즈는 전국 주요 지역에 25개 매장을 열어 대중성까지 갖춘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의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 9000억 원, 2019년 3조 250억 원, 2020년 3조 1160억 원, 2021년 3조 4670억 원, 지난해 3조 764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고든 램지 버거. 고든램지버거 코리아 제공 고든 램지 버거. 고든램지버거 코리아 제공


■ 고등어 버거 만들어 주세요

고든 램지 버거를 먹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해운대 웨스틴 조선호텔의 오킴스로 향했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 당시 투숙했던 미국 부시 대통령이 먹은 햄버거가 있는 곳이다. 부시가 호텔 측에 햄버거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당시 총주방장이 주변 아이디어를 모아 특별한 햄버거를 만들었다고 한다. 부시가 맛있다고 칭찬한 햄버거는 '미스터 프레지던트 버거'라는 메뉴로 지금까지 남았다. 2016년에는 '해운대 명물 프레지던트 버거'가 부산시가 주최한 '부산음식 스토리텔링'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역시나 고급 수제 버거답게 고소한 고기 패티의 맛이 아주 훌륭했다.


웨스틴 조선호텔 오킴스의 '미스터 프레지던트 버거'. 웨스틴 조선호텔 오킴스의 '미스터 프레지던트 버거'.


사실 미국 대통령과 햄버거는 인연이 깊다. 파이브 가이즈는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방문해서 직접 햄버거를 사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에 아베 일본 총리와 골프장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이 햄버거를 만든 '먼치스 버거'에는 '트럼프 버거'라는 메뉴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인근 햄버거 가게로 직접 전화를 걸어 햄버거를 주문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프레지던트 버거도 너무 좋은 스토리를 갖췄다. 게다가 내년에는 부산에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하는 미쉐린 레스토랑이 생긴다고 한다. 프레지던트 버거, 부산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좀 더 활성화할 수는 없을까.

부산의 햄버거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부산의 시어인 고등어를 이용한 햄버거 만들기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1989년 9월 21일 자 <부산일보>에는 고등어와 정어리를 사용해 버거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수산식품연구소의 이응호 교수가 대형선망수협의 용역을 받아 고등어 버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고등어 고기 85%와 돼지고기 15%를 합쳐서 패티를 만드는 방식이다. 대형선망수협은 1989년에는 고등어 버거 만드는 레시피 등을 수록한 고등어·정어리 요리집을 펴냈다. 하지만 부산 시내에서 고등어 버거를 파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제주도에 '정체불명'이란 상호로 고등어 버거를 파는 집이 나올 뿐이다. 고등어 버거를 어떻게 먹느냐고? 터키 이스탄불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고등어 샌드위치가 꼽힌다. 부산 명물 고등어 버거의 등장도 기대해 본다.

글·사진=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