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원전, 10년 단위 '계속 운전' 본격화
고리 2~4호기 등 원전 10기
정부, 내년 상반기까지 신청
기본 운영 허가 기간이 40년인 원자력발전소를 안전성 검증을 토대로 10년 단위로 추가 운영하는 ‘계속 운전’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10년의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에 따라 계속 운전 연한을 못채우고 조기 영구 정지됐다. 그러나 지난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10기의 원전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데,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 원전의 계속 운전을 신청해 운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년 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10개 원전의 운영 허가 연장 결정은 향후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의 기준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40년의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는 원전은 고리·한빛·한울·월성에 걸쳐 모두 10기다. 부산의 고리 원전 2호기는 지난 4월 8일 운영 허가가 만료돼 가동을 멈췄다. 고리 3·4호기는 2024년 9월과 2025년 8월에 각각 운영 허가가 끝난다.
이어 영광 한빛 1·2호기(2025년 12월, 2026년 9월), 울진 한울 1·2호기(2027년 12월, 2028년 12월), 경주 월성 2·3·4호기(2026년 11월, 2027년 12월, 2029년 2월)의 운영 허가가 차례로 만료된다.
이들 10기의 총 설비용량은 8.45기가와트(GW)에 달한다.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믹스(에너지원 구성) 내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나온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은 2036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4.6%로 정해졌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절실해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비중 상향 조정을 포함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탈원전 정책 폐기’의 상징이던 신한울 3·4호기 부활이 확정되면서 정부는 이제 원전 10기 계속 운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 정부 때 공개된 ‘205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시나리오’ 상으로 2050년 전력 수요는 166.5∼1213.7테라와트시(TWh)로 2018년 대비 221.7∼23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4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현재 수도권 최대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10GW 이상의 전기가 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운영 허가 기간은 별도 심사 없이 가동하도록 한 기본 기간을 뜻하는 것이지, 이것이 끝났다고 원전 수명이 끝났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경제성이 큰 계속 운전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계속 운전 신청은 크게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원안위 제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 및 의견 수렴 △계속 운전 운영 변경 허가 원안위 신청의 단계를 거친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지난 3월 계속 운전 운영 변경 허가 신청까지 이뤄져 원안위의 심의·결정만 남은 상태다. 고리 3·4호기는 평가보고서 원안위 제출(2022년 9월)에 이어 최근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해 6월에는 한빛 1·2호기 평가보고서가 원안위에 제출돼 계속 운전 신청 절차가 시작됐다.
한수원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한울 1·2호기와 월성 3·4·5기 등 나머지 5기 원전의 평가보고서도 원안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대상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 신청 절차가 동시에 궤도 위에 오른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철저한 안전 검증을 바탕으로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합리적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약 40%인 177기가 계속 운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동 원전 92기 중 56%에 해당하는 52기가 계속 운전 허가를 통해 40년 이상 운영 중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