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한 강물 6만t, 불과 2~3분 만에 지하차도 가득 채웠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인재’ 논란
홍수통제소서 도로 통제 권고
구청 늑장 대처 차량 통제 못 해
경북 뒤늦게 산사태 주민 대피
부산 곳곳 도로 침수·담벼락 붕괴
주말 사이 전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경북 산사태 사고’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 부재가 야기한 인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에서도 비 피해가 이어졌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둑 무너지자 순식간에 지하차도 침수
운행 중인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16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가 9명으로 늘어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인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관할 행정관청은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위험도로에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사전 제방 관리에도 허술했다는 것이다.
오송 침수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강물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제방이 무너져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에는 15일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쏟아지는 비로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 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오전 8시 40분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됐고, 강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불과 2∼3분 만에 6만t에 이르는 물로 가득 찼고 차량 15대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집중 호우로 사망·실종·부상자 44명이 발생한 경북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으로 주민 대피를 유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 북부 4개 시군에서도 16일 오후 2시 기준 18명 사망, 9명 실종, 17명 부상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북도는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한바탕 소강상태인 15일 오후 9시에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도내 모든 지역에 도지사 명의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미 곳곳에서 사망·실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부울경도 비 피해… 인명 피해는 없어
부산에서도 호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도로가 침수되거나 담벼락이 무너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1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비 피해와 관련해 안전조치 41건과 배수지원 10건을 실시했다. 담벼락이 무너지거나 지하층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신고가 접수됐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날 오전 5시 20분 동구 범일동에서는 옥상 배수구가 막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이어 오전 5시 44분 사하구 장림동에서는 도로가 침수됐고, 오전 6시 16분 수영구 남천동에서는 지하층이 침수돼 출동한 소방관이 안전 조치를 실시했다. 지난 14일 오후 8시 33분에는 수영구 민락동 인근 테트라포드를 산책하던 60대 여성이 낙상했다 구조되기도 했다.
경남에도 석축 사면이 유실되고 차량이 물에 잠기는 등 비 피해가 이어졌다. 경남도와 경남소방본부는 16일 오전 7시 45분께 경남 함안군 가야읍 검안리에서 교량 아래 도로를 지나던 차량 1대가 침수돼 30대 운전자를 차 위에서 구조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