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의료 한류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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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18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지만 아직 회자되는 ‘내 이름은 김삼순’. 삼순이와 계약 연애를 시작한 진헌에게는 8년이나 만난 첫사랑 희진이 있었다. 희진은 위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 3년간 잠적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는 결국 심리적 거리마저 멀어지게 했고, 결국 둘의 사랑은 끊어졌다. 물론 희진의 미국행이 삼순에게는 새 사랑의 기회가 됐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어릴 적 봤던 드라마에서는 치료를 위해 해외행을 택하는 주인공이 심심찮게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수긍했다. 주인공이 중병에 걸렸다면 ‘미국에 보내서 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며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 기술은 훌쩍 성장했고, 한국 연인들은 ‘치료 목적 외국행’ 때문에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많은 외국인이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6~8일 부산 의료기관의 몽골 방문길에 따라나섰다.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의원 등 부산의 의료기관들은 높은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몽골 환자 유치와 부산 의료관광 알리기에 나섰다. 방문 당시 울란바토르에는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강수량이 적은 몽골에는 배수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시내 곳곳 도로가 침수되고 막히고 다리가 무너졌다. 평소 차량으로 10분이면 갈 거리는 1시간 30분을 잡아도 넉넉하지 못했다. 울란바토르 시내 호텔에서 열린 환우의 밤, 의료상담회,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자들이 제대로 올 수 있을까 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부산 의료진에게 상담받기 위해 몇백km나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가 달려오고, 에이전시들도 참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7년 대동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던 몽골의 한 의사는 자브항에서 12시간을 달려 행사장을 찾았다. “시골 병원에서는 연수받기가 힘든데 한국 병원에서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병원장이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코로나에 잠시 주춤했지만 ‘의료 한류’가 다시 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2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분석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24만 8110명으로 전년 대비 70.1% 상승했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17.8%로 가장 많았고 중국(17.7%), 일본(8.8%), 태국(8.2%), 베트남(5.9%), 몽골(5.7%) 순이었다. 특히 태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환자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환자 수를 넘어섰다. 눈에 띄는 건 이용한 진료과목이다. 이전에는 뷰티나 성형 분야의 경증 환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내과(22.3%), 성형외과(15.8%), 피부과(12.3%), 검진센터(6.6%), 정형외과(3.9%) 등 다양한 질환의 환자가 한국을 찾고 있다.

아쉬운 점은 중증 질환 치료 목적으로 한국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비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증 질환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은 1만 2604명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중 약 5%에 그쳤다. 수준 높은 의료 기술이 필요한 중증 질환 진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가 늘어야 진정한 의료 한류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 편중 완화,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을 추진해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 7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인기 드라마에서 암을 치료받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주인공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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