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호텔 먹튀 사건’ 금융기관 대출담당자들 고발… 새 국면 맞나?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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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배임·횡령 혐의’ 대출담당자 3명 고발
“이면·중복 계약 확인 없이 수백억 원 집행”
금융기관 “각종 서류 정상 절차 밟아” 반박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조성사업 현장. 합천군이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원상복구될 예정이다. 김현우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조성사업 현장. 합천군이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원상복구될 예정이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합천군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의 이른바 ‘250억 원 먹튀 사건’이 새로운 국면읗 맞았다. 합천군이 시행사의 사업비 불법 사용에 대해 금융기관의 방조를 의심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군은 최근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업무를 맡은 대리 금융기관 측 담당자 A씨 등 3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및 횡령) 위반 혐의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고발장에는 지난 4월 시행사 대표가 PF자금 250억 원가량을 들고 잠적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시행사의 불법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군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인 PF대출 자금 인출 과정은 시행사의 독단적인 판단과 지출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대주, 신탁사, 시공사 등의 자금 집행 동의를 받아야만 자금 집행이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하지만 군은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가 PF대출 자금 집행 동의 과정에 군과 시공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행사와 감리업체간의 이면계약서 존재, 동일 용역 중복계약 등 이해할 수 없는 자금 집행이 많아 시행사와 자금 집행 동의권자인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공모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행사가 대리금융기관에 제출한 지출증빙서류에는 시행사가 사업비를 부풀려 그 차액을 부당하게 사용할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계약금액과 실계약금액의 차액을 시행사의 지정 계좌로 입금한다’는 확약서도 첨부됐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2021년 12월 7일 대출 약정 후 이틀 뒤인 12월 9일 PF대출 첫 자금 집행이 이뤄졌다. 당시 대리금융기관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만 했어도 시행사의 전체 사업비 횡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호텔 준공 시점에 투입돼야 하는 수열에너지 공급 용역으로 3건, 28억여 원이 집행됐고, 특히 같은 용역이 다수 중복으로 집행됐다. 여기에 집기류 공급 용역 35억여 원 등 성과품이 없는 허위 용역 역시 다수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자 등 필수적인 집행을 제외한 수열에너지, 집기류, 조경시설 등으로 180억여 원, 시행사의 인건비·업무추진비 등으로 20억여 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피해가 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만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김현우 기자 합천군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김현우 기자

이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은 군의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각종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정상적 절차에 의해 공사 사업비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은 영상테마파크 내에 200실 규모의 4성급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PF대출금 550억 원과 시행사 자체 예산 40억 원 등 59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4월 시행사 대표가 대출금 250억 원 정도를 들고 잠적하면서 사업이 최종 무산됐다.

앞서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금융비용 변상 책임이 합천군에 있는데, 변제 금액은 이자 등 3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대리 금융기관은 지난 3일 실시협약에 있는 손해배상 조항을 근거로 합천군에 PF 대출 원리금을 배상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군은 이튿날 불응을 통보하며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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