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보원 부산TP 스마트해양기술단장 “여성 배려가 아닌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테크노파크 24년 사상 첫 여성 단장
‘후배 여성 앞길 닦아야’ 선배 말 명심
능력 더 키워 책임지는 단장 될 것
“여성이 보직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성평등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테크노파크 첫 여성 단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지만, 업무 결과를 책임지는 단장이 되고 싶습니다.”
부산테크노파크 24년 역사상 첫 여성 단장으로 임명된 스마트해양기술단 이보원(47)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단장은 2006년 부산테크노파크에 입사한 이후 18년 만에 단장 자리에 올랐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이달 1일 자로 기관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10단 2실로 조직 개편을 완료했는데, 10단의 단장 중 이 단장이 유일한 여성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무엇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사내 선배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보직자는 전체 인사 발표 열흘 전에 먼저 공개됩니다. 너무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습니다. 선배들이 ‘이 직을 함부로 버리면 다른 여성 직원이 갈 길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앞길을 잘 닦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용기를 얻은 그는 스마트해양기술단 단장으로서 앞으로 18명의 직원을 이끌게 됐다. 주 업무는 수산식품부터 해양바이오산업 기업 지원, 항만 미세먼지 관측 등을 위한 전국 지자체 최초의 인공위성인 ‘부산샛’ 발사까지 다양하다. 스마트해양기술단의 한 해 사업 예산은 약 180억 원에 달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 맡았던 임무가 해양바이오산업과 수산식품 지원이었는데요, 이 분야 근무 경력이 제일 깁니다. 사실 CPA(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서른이 넘어 뒤늦게 입사한 직장이 부산테크노파크인데, 여기까지 왔네요.”
이 단장은 지난 17년을 되돌아보며 직장 문화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입사 초기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봉 협상 때마다 기혼 남성 직원에게 양보하라는 말을 듣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고, 부산테크노파크 내에서는 이제 여성 업무, 남성 업무가 따로 없습니다.”
그의 목표는 ‘책임지는 단장’이 되는 것이다. “입사 후 처음 만났던 팀장이 제 워너비인데요. 업무적으로는 카리스마가 있고 까칠하기도 했지만 ‘일은 너희가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던 팀장이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 실수가 두려웠는데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얻었죠. 사실 책임을 지려면 우선 실무를 잘 알아야 하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능력을 키워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단장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단장은 양성이 평등한 직장 환경이 당연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대받고 배려받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평등하지 못한 구조에서 평등한 구조로 가는 시기라고 봅니다. 여성 보직자가 나오는 것이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