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건넸다”… 경찰, 선원노련 위원장 금권선거 의혹 수사
1월 대의원에 불법 금품 정황
금품 전달 장면 찍은 영상 확보
경찰 “수사 초기 단계” 말 아껴
위원장은 관련 혐의 전면 부인
“한참 전 일로 조직 흔들기 의심”
의혹 제기로 내부 갈등 더할 듯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선원노련) 위원장 선거에서 불법 금품 제공이 있었고, A 위원장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금품이 제공되는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A 위원장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18일 부산경찰청과 선원업계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월 열린 선원노련 위원장 선거 운동 기간 A 위원장 측이 선거 유권자인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정황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A 위원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금품을 전달하는 장면으로 의심되는 영상도 확보한 상태다. 해당 영상은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찍힌 것으로, A 위원장을 포함해 세 명이 등장한다. 세 사람은 대화한 뒤 A 위원장이 자리를 뜨자, 나머지 한 명이 또다른 이에게 다가가 하얀 봉투를 건네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선거 운동 기간에 누군가 찍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봉투를 건네는 이가 A 위원장의 측근으로 봉투엔 현금이 들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매우 초기 단계로 아직 혐의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수사 진행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A 위원장은 돈 봉투 의혹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의 영상과 관련해 자리를 비운 뒤 벌어진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A 위원장 측에서는 선거가 끝나고 수개월 뒤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두고 조직 흔들기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 일상적으로 차를 마시면서 잘 부탁한다는 자리였다. 자리를 뜨고 난 뒤의 상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경찰 조사를 성실히 임해 오해를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선거가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 이런 오해가 지금 불거져 나오는 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자체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데 선거 직후에 이 위원회를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가 매우 초기에 불과하고 A 위원장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지만, 선원노련 안팎으로는 금권선거 의혹 제기로 적잖은 동요가 예상된다. 선거 때마다 위원장 자리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심하다 보니, 수사 결과와는 무관하게 금권선거 의혹의 여진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A 위원장에 반대파로 분류된 이들 사이에선 금품 제공을 기정 사실화하는 등 온갖 소문과 추측이 돌고 있다.
특히 선원복지기금을 둘러싼 잡음이 선원노련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 선원의 고용주가 외국인 선원 1인당 월 5만 원의 복지기금을 선원노련에 납부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이 늘면서 선원노련이 운영할 수 있는 기금이 커지면서, 위원장 선거가 매우 치열해졌고, 기금 투명성이 매번 쟁점 대상이 됐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