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는 ‘비상’, 방지사업은 ‘늦장’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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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취약지역 377곳 지정 관리
182곳에만 토사 유출 방지 공사
전체 정비 완료까지 8년 더 걸려
미지정 급경사도 폭우 사고 우려
초읍동 토사 유출로 수십 명 대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한 공사 현장에서 18일 붕괴된 경사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 16일 폭우로 토사가 쏟아져 인근 주민 44명이 긴급 대피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한 공사 현장에서 18일 붕괴된 경사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 16일 폭우로 토사가 쏟아져 인근 주민 44명이 긴급 대피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6일 오후 4시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공사장에서 토사가 쏟아지는 바람에 인근 주민 44명이 긴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토양이 많은 물을 머금어 지반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1일에도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아래 급경사지에서 바위와 흙이 무너져 주민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부산에서 산사태나 급경사지 붕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사태 우려가 큰 지역의 사방공사 사업 진행률은 절반 정도여서 완료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토사 유출 등의 사고 위험성이 높은 급경사지는 관리하기 어려워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377곳이며, 면적으로는 106ha에 달한다. 이 중 182곳에서는 사방공사가 완료됐지만 195곳에서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올해 시가 산사태 예방사업을 23곳에서 마친 것을 고려하면 사업 완료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방공사 사업 관련 예산은 36억 원이다. 사방공사 사업은 국가사업이어서 국비 70%를 확보해 진행하는데, 부산의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사방공사를 단기간에 많이 진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위험 우선순위를 정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부산의 산사태 위기 경보는 지난 15일 오후 10시 30분부터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사태로 인명·재산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뜻한다.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급경사지는 관리 측면에서 위험성이 더 큰 편이다. 시에 따르면 부산의 급경사지는 지난 4월 기준 모두 735곳이다. 그중 인명 피해 우려 급경사지는 34곳이다.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도 △사하구 승학1·2·3지구 △영도구 영선2지구 △서구 암남2지구 △서구 암남동 645-2번지 △북구 구포동 782-40번지 △강서구 눌차동 690-1번지 등 총 8곳에 이른다. 사하구 승학1지구와 북·강서구 등에서는 안전 조치가 완료됐고 나머지에서는 복구를 위한 설계가 진행 중이다.

부산은 산지 면적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뤄지는 도시 개발로 경사지가 늘어나 토사가 쏟아지거나 붕괴될 우려가 크다. 예측 시스템이 정비된 산사태 취약지역과는 달리 급경사지나 인공사면에서는 사고 위험이 높더라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역과 비교해 시내, 주거지와 상대적으로 가깝다 보니 인근에서 공사가 진행되거나 지형적 변형이 일어날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지고 피해도 커진다.

시는 연일 폭우가 쏟아지자 경사지 등의 재점검에 나섰다. 일선 지자체도 현장에 나가 붕괴 위험이 있어 민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사지 등에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한편, 정부는 19일부터 단계적으로 경북과 충북 등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가능한 이른 시일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장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첫째도 국민 안전, 둘째도 국민 안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저지대 출입 통제와 선제적 대피에 만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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