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미확인 우편물’ 부산서만 64건…전국서 2000건 육박
해외에서 발송된 우편물을 개봉한 뒤 호흡곤란을 겪는 사례가 나오는 등 전국에서 ‘미확인 우편물’ 관련 신고가 이어진다. 지난 20일 울산에서 첫 피해사례가 나온 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수십 건의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전국 신고 건수는 나흘간 1900여 건에 달했다.
2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부산에서는 미확인 우편물 관련 신고 64건이 접수됐다. 지난 21일 부산진구 양정동 가정집과 남구 대연동 어학원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의 우편물이 전달됐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수영구, 동구 등 부산 전역에서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사상구 주례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해외에서 발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받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해당 우편물은 대만에서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우편물을 수거했다.
소방은 미확인 우편물 관련 의심 신고 중 7건에 대해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우편물을 전달받아 정밀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우편물 배송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발 미확인 우편물 피해 신고가 처음 접수된 울산에서도 유사 신고가 잇따른다. 지난 22일 오전 남구에서 ‘주문한 적 없는 해외 우편물을 열었다가 어지러움과 복통을 느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우편물에는 가로·세로 약 30cm 크기 가전제품이 하나 들어 있었고, 별다른 위험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다 간단한 조치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북구 한 공장에서도 외국에서 온 수상한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긴급 수거했다. 우편물 겉면에는 해당 공장 주소가 적혀 있었지만, 수신인 이름은 ‘○○○ 엠마’라는 외국인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신고자는 경찰에 “(수신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봉투에서는 용 모양 스티커가 나왔다.
경남에서도 미확인 우편물 관련 신고가 33건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신고 33건 가운데 12건은 본인이나 가족 물품인데 잘못 알고 오인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21건은 경찰과 소방에서 수거해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는 상태다. 우편물 발신지는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으로 조사됐다. 내용물은 종잇조각, 옷가지, 머리띠와 같은 생활용품이거나 내용물이 아예 없는 등 현재까지 위험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국에서도 미확인 우편물 관련 신고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국에서 미확인 우편물 관련 신고 1904건이 접수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60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72건, 경북 89건, 인천 85건, 전북 80건 등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소포에는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무작위로 들어 있거나 아예 비어있어 일각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과 평점 조작을 위해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0일 낮 12시 29분 동구 서부동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노란색 비닐봉지로 된 소포를 열어본 뒤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해당 우편물과 공기 시료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폭발물, 화학, 생물, 방사성 물질 등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시설 관계자 3명 또한 증세가 호전되면서 현재 별다른 이상 증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탁경륜·김길수·권승혁 기자 takk@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