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에게 분풀이”...잇따른 묻지마 범죄, 예고에 시민 불안 고조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무차별 흉기 난동,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칼부림 등 사회적 불만을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푸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분노가 응축한 상태에서 연쇄적으로 모방 범죄를 암시하는 글도 쏟아지면서 시민들 공포도 극심하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부산 대표 번화가인 서면역에서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글이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 등을 사용한 작성자는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겠다는 내용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신림동 무차별 흉기 난동 이후 모방 범죄를 암시하는 내용의 게시물은 최소 12건으로 확인됐다. 최근 성남시 칼부림 직후에도 서울 강남역·한티역, 성남시 한티역 등 다수가 모이는 지하철역에 불특정 다수를 헤치겠다는 예고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속출했다.
연달아 범죄 예고 글이 확산하면서 시민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예측이 어렵고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묻지마 범죄 특성 탓에 공포감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평소 서면에서 학원에 다니는 20대 남성 이 모 씨는 “흉기 난동이 계속 발생하면서 괜히 거리를 걸으면서도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주변 친구 중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호신용품을 구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과 2주 간격으로 무차별 범죄가 되풀이된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무력감을 불특정 집단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두른 조선(33·남) 경우는 범행 동기에 대해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절적 요인이 무차별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 등이 참가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2년도 발생한 묻지마 범죄 47건 중 19건이 여름에 발생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범죄마다 계절에 따라서 빈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묻지마 범죄 경우에도 이런 계절성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또한 언론 보도 등 다른 묻지마 범죄를 보고 자극을 얻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평소 자신의 불만을 해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범죄 예고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범행 실행 여부와 관계 없이 개인적인 좌절이나 불만을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는 것이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평소 사회에 불만이 있는 등 억압받고 있는 사람이 이번 묻지마 범죄와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지켜보며 하나의 ‘분풀이’ 방법을 학습했을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범죄 예고 게시물을 올려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