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전도체 관련주 투자? 지금은 '과학의 시간'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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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장

국내 한 연구소가 인터넷에 올린 레시피 한 장 때문에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만드는 방법이라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발명이며 에너지산업 등 여러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한다. 해당 물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이미 많은 뉴스에서 입 아프게 소개한 만큼 생략하겠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가능성 두고

국내외 과학계 회의적 반응에도

주식시장만 기대감에 연일 급등

지금은 투자 대신 검증 기다릴 때

일단 국내외 과학계의 판단은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레시피를 검증하느라 분주하지만, 과거 유사한 주장들도 검증 단계에서 모두 폐기됐다. ‘침소봉대’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언론조차 이번만큼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런데 유독 한 동네에서만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고 “유레카”를 외친다. 주식시장이다. 레시피가 공개되자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과학의 시간’이자 ‘검증의 시간’이건만, 이 동네만큼은 레시피의 진위 여부 따위는 상관이 없나 보다.

혹시 주식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모르는 소리”라며 혀를 찰 수도 있다. 기술의 진위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대감이 불러올 수급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차전지 관련주의 단기급등 후 조정국면에서 갈 길을 잃은 돈이 ‘옳다구나’ 이곳으로 몰려든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재료 없는 수급은 언제 방향을 반대로 꺾을지 모른다. 호가창이나 분봉 등을 통해 그것을 알 수 있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선수들(기관 혹은 전업투자자)의 영역이다.

현재로선 누구도 레시피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수급만 살펴 몰려다니는 개미(사실 그들은 수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의 매매 행태는 도박에 다름 없다. 홀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맞으면 따고 틀리면 잃는다. 이 과정에서 운만 존재할 뿐, 어떤 인과관계도 확률도 없다.

어차피 투자와 투기, 도박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냐고 다시 반박할 수도 있겠다. 기자 생각에도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여전히 애매하다. 그러나 도박은 다르다. 시간을 잠시 지난해 3월로 돌려보자.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격이 폭락한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 매수한 개미들이 화제가 됐다. 언론은 이들의 투심을 ‘야수의 심장’에 비유했다. 그들의 투자방식을 과욕이라 지적할 순 있다. 누군가는 ‘투기’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도박’은 아니다. 적어도 기자의 생각은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투자 결정은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판단을 거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길지 않을 것이고(당시 누구도, 심지어 미국의 정보기관조차도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폭락한 러시아 증시는 조만간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인 전망이 그들의 판단 근거였다. 물론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고, 해당 ETF 상품은 1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다. 다만, 결과가 틀렸다고 해서 당시의 판단이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전도체 테마주에 몰린 돈은 어떠한가. 앞서 말한 수급(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선수들의 영역이다) 외 투자 판단의 합리성, 논리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시절이 하 수상해진 지 오래다. 더 이상 근로소득만으로 가계를 꾸리고, 노후를 준비하기엔 벅찬 시절이 됐다. 업무시간 짬짬이 주가를 확인하는 샐러리맨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볼 수만도 없어졌다. 근로소득만으로 생활할 수 없는 경제구조를 만든 높으신 분들이 잘못이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한 푼이라도 불리려는 수많은 개미가 무슨 죄란 말인가. 그런 연유로 누구나 투자를 한다. 그러나 올바른 투자를 하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근로소득만으로 부족해 시작한 투자라면, 근로소득마저 까먹지 않도록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뇌동매매가 운이 좋아 일순 수익을 줄 순 있을지라도, 그러한 투자습관이 길어지면 결국 남는 건 손실일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전문가들이 말한다. 투자기법보다 중요한 것이 뇌동매매를 참는 심리라고. 주식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대표저서 제목이자 유명한 주식격언(사실 가장 통찰력 있는 주식격언은 ‘내가 사면 떨어진다’이더라)을 인용하며 뻔한 잔소리는 이만 마칠까 한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이 책 정말 강추다. 어제는 이차전지를, 오늘은 다시 초전도체를 공부하느라 바쁜 개미들이여, 다들 차갑게 성투하시라.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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