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개념 모호한 법 손질 ‘아동학대 처벌 공백’ 없앤다 [‘가을이법’ 발의]
현행 처벌법은 ‘보호자’로만 한정
동거 친인척·지인 아동학대 불구
솜방망이 처벌 등 법적 구멍 초래
아동학대 적용 대상 확대 공감대 속
보호자·제삼자 양형 차별화 검토
여야 정치권도 법 개정 한목소리
아동학대처벌법의 적용 대상 확대는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한다는 의미보다, 명백한 학대도 처벌할 수 없었던 법적 공백을 메운다는 것에 가깝다. 보호자는 물론 성인이라면 누구나 아동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회적 신념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도 있다.
■관련법 불일치 해소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에서 학대 가해자 정의가 달라 처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복지법은 성인을 학대의 대상으로 하지만, 처벌법은 양육 중인 부모나 아동 기관 종사자 등 아동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보호자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처벌법 적용에 혼선이 발생하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거 중인 편부모의 애인이나 장기간 같이 생활하는 부모의 지인이나 친인척 등의 아동 학대 행위다. 이들은 명확하게 보호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아동학대처벌법 적용 여부나 처벌 수위가 매번 달라 진다. 실제로 2019년 대전의 아동학대 폭행 사망 사건의 경우 홀로 자녀를 키우던 모친에게 폭행 등을 지시한 모친의 남자친구의 아동학대처벌법 적용 여부를 두고 1심과 2심, 대법원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가을이 사건’에서도 보호자 신분의 모호함은 수사에 걸림돌이 됐다. 검찰은 동거녀에 대한 혐의를 아동학대 치사 방조와 방임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가, 최근 치사와 방임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동거녀가 한 공간에 거주했지만 가을이 친모가 따로 있는 만큼, 수사 기관 입장에서는 기소 당시 보호자 신분 적용과 혐의 적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동학대에 준하는 행위를 하고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이 가능한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보호자가 아니면 아동학대 처벌이 어려워 아동학대 전력이 남지 않고, 자연스레 취업 제한 대상이 제외된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그동안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학대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경우가 허다했다”며 “아동학대처벌법의 대상 확대로 인해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더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발의에서 나아가 법 제정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의 아동이든 보호해야
일각에서는 현행 법으로 제삼자의 아동에 대한 위해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자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아동에게 위해 행위를 했다면, 일반 형법이 아닌 아동학대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아동학대 처벌의 대상 확대가 자칫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덜어주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자와 제삼자의 양형 기준을 달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호자의 아동 보호 의무는 당연한 것이 만큼, 오히려 모든 성인이 아동 권익 향상과 학대 예방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아동복지국을 지향하는 사회의 법률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은 비교적 정치적 쟁점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물론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도 아동학대 범죄의 대상을 보호자에서 제삼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야 모두에게서 법 개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미 교사는 보호자 신분을 적용 받는 만큼, 오히려 제한된 사회 구성원에게 적용된 의무를 성인 전체로 나눈다는 의미에 가깝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선진국일수록 아동의 문제에 엄격하고 예민하다”며 “부모나 교사 등만이 아동학대처벌법의 행위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