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평등권·환경권 침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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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법 개정안 두고
새변, 헌법소원 심판 청구
“일반인은 각종 규제 많아
정치혐오 자극·환경 해쳐”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과 인천사랑 운동시민협의회 회원들이 9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과 인천사랑 운동시민협의회 회원들이 9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30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가 정당 명의로 된 현수막 설치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부산일보 3월 20일자 1면 등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이른바 MZ세대 변호사 모임인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이하 새변)은 9일 정당 현수막 설치를 합법화한 옥외광고물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새변은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량·장소 제한 없이 정당 현수막을 허용한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뒤 전국 거리 곳곳이 현수막으로 뒤덮여 보행자와 차량 통행의 안전 문제를 초래하고 도시 미관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변은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은 현수막에 이름을 표시할 수 있지만 무소속 정치인은 그럴 수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수수료를 내야 하고,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정당 현수막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옥외광고물법이 일반 시민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치 장소에 제한이 없는 정당 현수막들이 학교·주거지역 주변에 난립해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소원을 담당한 새변 백대용 변호사는 “정당의 홍보 활동이 오히려 정치 혐오를 키우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문제삼은 법조항은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다. 이 조항으로 인해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현수막은 수량이나 규격, 게시 장소와 관계없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인정돼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게 되자 지자체들은 TF를 구성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문 당시 양당 합의로 정치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한 부산시의 경우 정치권에 협조를 적극 요청하기 위해 정당현수막개선TF에 양당 위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하는 정치 현수막 가이드라인은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의 하위법에 해당해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는 한계점을 가진다. 부산시에선 민주당이 TF 불참 의사를 전하며 TF가 동력을 잃기도 했다. TF 소속 김봉철 건축주택국장은 “정당 현수막을 규제할 강제적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TF가 쓸 수 있는 양당 합의라는 카드마저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부산시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새변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법 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고 있다. TF 소속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행안부에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강화를 계속 건의해오고 있으나 큰 차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라며 “공무원들은 법에 근거해 정당 현수막 관련 행정을 집행할 수밖에 없어 그간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헌법소원 심판을 계기로 하루빨리 법이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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