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발진부터 열사병까지, 온열질환별 증상과 대처법은?
경증일 땐 시원한 곳서 휴식 취하고 수분 섭취
열 탈진은 두통·어지럼증·구토 증상, 진료 필요
의식 장애 발생하는 열사병 즉시 119 신고해야
절기상 입추가 지났지만 한낮 햇볕은 여전히 뜨겁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만큼 온열질환에 대한 경계를 늦추기엔 이르다. 최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질병관리청의 지난해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 결과(5월 20일~9월 30일)에 따르면, 9월까지도 온열질환자가 지속해 발생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온열질환의 종류와 증상, 대처법을 알아본다.
■열 발진부터 열경련까지 경증 질환
온열질환은 비교적 가벼운 피부질환인 열 발진부터 가장 위험한 열사병까지 다양하다. 대개 중증도에 따라 열 발진, 열 부종, 열 실신, 열경련을 경증으로, 열 탈진과 열사병은 중증으로 분류한다.
열 발진은 우리가 흔히 땀띠라고 부르는 피부 질환이다. 땀샘에 염증이 생기면서 막히게 되어 발생한다. 가려움을 동반한 빨간 발진이 옷을 입은 부위에 생긴다. 조이지 않는 옷을 입고 반복적인 땀 흘림을 피하면 저절로 좋아지지만, 증상이 심할 때는 약국에서 연고를 사서 바르면 도움이 된다.
열 부종은 뜨거운 환경에 노출된 이후에 손과 발 등이 붓는 것을 말한다. 온열에 대한 우리 몸의 정상 반응으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심부 장기 혈관은 수축하고 말초의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관 밖으로 빠져나온 수분이 조직에 축적돼 생기는 현상이다. 주로 오래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며 평평한 곳에 누워서 다리를 올려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열 실신은 더운 환경에서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는 경우 발생하는 일시적인 의식 소실 또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온열로 인해 심부 장기 혈관은 수축하고 말초의 피부 혈관은 확장해 심장을 순환하는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뇌혈관으로 향하는 혈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원한 곳으로 환자를 옮기고 평평한 곳에 눕힌 뒤 다리를 올려주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포츠음료나 수분은 의식이 명료하게 회복된 이후에 보충해 주도록 한다.
열경련은 더운 환경에서 신체 활동을 오래 하거나 운동을 했을 때 팔다리 근육에서 통증을 동반한 주기적인 수축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야외활동 중 흘린 땀으로 인해 근육 내 염분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으로, 환자를 시원한 곳에서 쉬게 하고 스포츠음료를 마시게 해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도록 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마사지를 해주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1시간가량 경과를 관찰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
■진료 꼭 받아야 하는 열 탈진과 열사병
열 탈진은 야외활동 중 흘린 땀 때문에 체내 수분과 염분이 고갈돼 두통, 어지럼증, 구역, 구토,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대개 환자의 피부가 땀으로 젖어 있고 창백하며, 체온은 40도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그늘로 환자를 이동시킨 후 스포츠음료를 섭취시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준다. 그리고 119에 신고하거나 환자를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추가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열사병은 온열질환 중 가장 중증도가 높다. 온열 손상으로 인해 환자의 의식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중추가 기능을 상실해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환자의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서민준 교수는 “의식의 장애란 환자를 부르거나 자극을 줘도 깨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횡설수설하는 모습과 이상행동, 경련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평소와 다른 의식 상태를 모두 포함한다”며 “야외활동 중에 의식 이상을 보이는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가능하면 시원하고 습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 의심 환자에게 섣부른 수분 보충은 피해야 한다. 의식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음료를 마시게 하면 기도에 흡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9가 올 때까지 환자의 호흡이 원활히 이뤄지는지 감시하며 고개를 돌려놓는 것이 기도 흡인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온열질환은 작은 실천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면 햇빛이 강하고 더운 시간대를 피해야 한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자주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마시고, 커피나 알코올 등의 음료는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햇빛을 덜 흡수하고 느슨하면서 밝은색의 옷을 입는다.
서민준 교수는 “중증의 온열질환에서 볼 수 있는 체온 상승, 두통, 어지럼증 등의 전신증상과 의식 장애는 감염병이나 뇌혈관질환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다른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