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새로운 짜임을 연구하는 ‘음악실험실 짜임’
2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정기 연주회
피아노 대신 현악 반주 협주곡 재창작
트롬본·비올라처럼 솔로 힘들었던 악기
협주곡 형식 레퍼토리 늘릴 기회 주목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처럼 상용화된 지 오래된 악기는 독주 악기 역할을 이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협주곡이 많고 악보를 구하기도 쉬운 편이다. 하지만 트럼펫, 트롬본, 비올라, 더블베이스 같은 악기들은 20세기 들어서야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돼 협주곡 수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대여 악보를 사용해야 한다.
대여 악보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민간 단체에는 부담이다. 이에 따라 독주 악기로 보편적인 악기들만 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상대적으로 트럼펫, 트롬본 같은 악기들은 협주곡을 연주할 기회가 드물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음악실험실 ‘짜임’(대표 황선영·작곡가·부산시향 단원)이 출발했다. “클래식 음악을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실험하면서 새로운 짜임으로 연주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 단체”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짜임이 창단(2020년 11월 29일)된 지는 2년 남짓이지만,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짜임이 오는 20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연다. 이번 정기 연주회는 짜임이 메인으로 삼고 있는 ‘뉴 솔로 피시즈 위드 스트링스(New Solo Pieces with Strings)’ 시리즈 세 번째 무대이다. 이 시리즈는 트롬본, 더블베이스와 같이 솔로 악기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악기의 곡을 재창작해 관객들에게 친숙한 악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 음악회다.
이번엔 연주되는 곡은 뮤직 디렉터를 맡은 황 대표에 의해 현악 반주 협주곡으로 재창작됐다. 황 대표는 세계적 권위의 오스트리아 클래식 음악 출판 회사인 ‘유니버셜 에디션(Universal Edition)’에 이름을 올린 작곡가이자 편곡자이다.
“저는 부산시향의 악보 담당이라는 직업상 대여 악보(저작권)에 민감합니다. 한편으로는 협연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한정적인 연주자, 민간 오케스트라의 고충을 많이 접합니다. 한 번씩 소나타나 피아노 반주 소품을 편곡해 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편곡비를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대여 악보비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수고가 들기도 하고요.”
황 대표에 따르면 클래식 악보의 경우 대개 구입할 수 있는 악보와 대여(렌탈) 악보로 나뉜다. 작곡가(또는 편곡자) 사후 70년이 지난 악보는 저작권이 소멸해 구하기도 쉽고 비용도 20만 원 전후로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한데, 작곡가(또는 편곡자) 사후 70년이 지나지 않은 곡 대여 악보는 한 곡당 60만~300만 원의 비용이 들며, 구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협주곡 수도 많지 않은 악기들의 경우는 더욱더 힘들어진다.
물론 2013년 7월 1일 이전에는 저작권법이 사후 50년 보장이었으므로 1962년 이전에 제작자가 사망한 저작물의 저작권은 소멸했다.
이쯤 되니 알 것 같다. 황 대표가 왜 이 일에 발벗고 나섰는지를.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곡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모음곡 풍경화 중 1번 고요한 숲길에서(현악을 위한),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소나티나(트럼펫과 현악을 위한), 글린카 소나타 라단조 중 1악장(비올라와 현악을 위한), 라흐마니노프 환상적 소품 중 엘레지(현악을 위한) 앙상블, 필리프 고베르 교향적 소품(트롬본과 현악을 위한), 구스타프 슈렉 소나타 중 2, 3악장(오보에와 현악을 위한), 로베르트 슈만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더블베이스와 현악을 위한) 등이다.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 선보인 곡은 유니버셜 에디션을 통해 출판도 진행한다.
황 대표는 “독주 소품곡의 피아노 반주 부분을 현악 오케스트라로 재창작해 비주류 독주 악기들이 협연 형식으로 선보이는 만큼 평소 협연 형식으로 연주할 기회가 드물었던 악기들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주는 1회 정기 연주회부터 함께한 부산의 현악8중주단 ‘앙상블 아토 ART-O’와 비올리스트 황여진(부산시향 수석), 박승훈(트럼펫·부산시향 부수석)을 비롯해 이건용(트롬본·단국대 교수), 고관수(오보에·부산시향 수석), 배기태(더블베이스·부산시향 수석)가 맡는다. 일반 2만 원, 학생 1만 원. 네이버 예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