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수사에 막말까지… 의령 선출직 공직자들 도 넘은 ‘기강해이’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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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완 의령군수, 공직선거법 등 재판
김창호 군의원, 뇌물수수로 수사 받아
김봉남 군의원, 이해충돌방지법 의혹 자초

경남 의령군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경남 의령군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전체 인구 2만 5000명 남짓인 경남 의령군이 연일 시끄럽다. 현직 군수를 포함해 선출직 공직자 다수가 비위 행위로 줄줄이 재판·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부 군의원의 막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안팎에서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질타가 잇따른다.

14일 창원지법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 마산지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태완 의령군수의 두 번째 공판이 열린다. 오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캠프 홍보업무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내달 14일에는 ‘여기자 강제추행’ 사건 관련 ‘무고죄’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앞서 오 군수는 2021년 6월 지역 내 식당에서 지역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한 여성 기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 오 군수는 피해자 주장이 허위인 데다, 정치적 배후 세력이 있다며 해당 여기자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고소 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 군수 주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고, 검찰은 오 군수를 무고로 기소했다. 오 군수는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선 항소한 상태다. 항소심 첫 공판은 10월 12일로 잡혔다.

불미스런 사건들로 법정에 선 오 군수로 인해 가뜩이나 어수선한 마당에 일부 군의원의 비위, 막말 사건까지 불거졌다.

당장 김창호 의원이 지역 업체 대표로부터 500만 원을 받아 동료 의원과 의회 직원 등 총 25명에게 패딩점퍼를 제공한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봉남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과 정치자금위반 의혹을 자초했다. 의령군이 김 의원의 남편 회사에 지난 8년간 370여 건 수의계약을 통해 35억 원어치 일감을 몰아 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 이후로도 총 26건, 3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맺어 행정안전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남편 회사 법인차량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규찬 군의회 의장과 오민자 군의원은 막말 논란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두 의원은 김봉남 의원 남편 회사의 폐기물 불법 성토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군청 담당자에게 “눈 깔고” “무덤을 파보자”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군의원은 작년 8월 의령읍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읍장에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할 것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도적적 해이의 끝판왕’이라며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강수동 경남본부장은 “이들이 의령군민 명예에 먹칠하고 있다”면서 “비리 의혹에 대해 사법당국의 신속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남대 조재욱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군수는 현안 사업들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 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군민들이 지게 된다”고 서 “실제 선출직 궐위로 이어지면 다시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사회 분열도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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