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책임 공방, ‘막장 정쟁’ 불쏘시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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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가 수긍하는 결론 위해
국회 국정조사 반드시 진행해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2023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파행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를 연일 공격한다. 대회를 유치한 당사자가 전 정부이니 원죄적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고, 전북도는 대회의 실질 운영을 맡았으니 파행의 직접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게다. 야권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대회 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쓴 현 정부와 여권이 적반하장 격으로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한다. 최근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부끄러움” 운운하며 공방에 가세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이번 일을 막장 정쟁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모습들이라 참담할 따름이다.

이번 대회를 위한 조직 구성은 가히 거국적이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조직위원장이 5명이고, 집행위원회에 소속된 기관이 전북도 등 8곳이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지원위원회도 꾸려졌다. 하지만 대회는 준비와 운영 측면에서 총체적 부실 덩어리로 판명 났다. “100년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내 탓이오”라며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했을 때는 감투 하나 차지하려 바빴던 이들이 정작 문제가 터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국민 눈에 어찌 볼썽사납지 않겠는가.

공방이 거세지는 속에 특히 우려되는 건 과격한 지방정부 책임론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책임은 당연히 전북”이라고 주장하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방시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라고 발언한 게 그렇다. 전북도의 안일한 대회 준비는 당연히 따져 물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을 전적으로 전북도에 떠넘기고, 그것도 모자라 지방자치에 무슨 문제가 있는 양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시대 정책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오죽했으면 같은 여권인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신 나간 소리”라고 일갈했을까.

이번 일로 국정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결코 안 된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가리지 말고 원인을 샅샅이 조사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응분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야가 진상 규명은 뒷전인 채 제 잇속만 챙기려 할 경우 나라 전체가 심각한 국론분열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수 있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사도 있어야 하고 수사도 뒤따라야 하겠지만,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국정조사가 꼭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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