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블록체인 코워킹·코리빙 플레이스를 부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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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필자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한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본사가 있었다. 2년 전 대한민국 블록체인특구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다 보니 자연스레 서울에는 있지만 부산에는 없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이 같은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업무와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코워킹(co-working), 코리빙(co-living)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부재이다.

서울에는 '로컬스티치'라는 코워킹·코리빙 공간이 있다. 예술이나 문화계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거주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입주자들이 함께 살며 사무실을 공유하니 자연스레 협업을 하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먹고 잠을 자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시너지를 낸다.

서울, 예비 기업가 커뮤니티 활성화

'논스’ 통해 46개 블록체인 회사 창업

24시간 먹고 자면서 공부하고 토론

대학·스터디 모임으로는 대체 불가

열정적 동료들과 작업해 시너지 효과

교육·기업·일자리 창출 공간 필요

서울에는 '논스'라는 코워킹·코리빙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있다. 블록체인 철학과 기술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먹고 자고, 라운지에 모여서 블록체인에 대해 24시간 끊임없이 공부하고 토론한다. 블록체인을 공통분모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업무 공간, 주거 공간, 지식을 공유한다. '논스'에는 주거와 업무 공간 이외에 함께 토론하고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있다. 논스 입주민들은 라운지에 모여서 연사를 초빙하여 교육을 듣고, 네트워킹을 한다. 자연스레 비즈니스 기회가 싹이 튼다. 이를 통해 DSRV, 해치랩스 등 46개 블록체인 기업이 탄생했고, 300개의 일자리가 나왔다.

코워킹·코리빙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첫째, 아직은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고, 지역 대학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블록체인 분야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교실 수업이나, 가끔씩 만나서 공부하는 블록체인 스터디 모임을 통해서는 블록체인 기업가를 양성하기 어렵다.

새로운 지식을 공부할 때는 하루에 한 시간씩 1년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을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블록체인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은 학교에서 강의를 통해서 배우면 늦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은 기초 지식이거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트렌드다.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정말 새롭고 따끈따끈한 기술은 가르쳐 줄 선생님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기술은 산업을 모니터링하면서 찾고, 스스로 공부하다가 모르는 부분을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면서 배울 수 있다. 이런 '찐' 공부의 필요 조건은 블록체인에 대한 본인의 열정과 함께 길을 걸어갈 동료이다. 이런 동료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며, 공부하고, 미래의 사업을 함께 구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나겠는가.

부산에는 이런 열정을 가진 블록체인 기업인들을 품을 수 있는 코워킹·코리빙 공간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로 간다. 물론 부산에도 블록체인을 공부할 수 있는 지역 대학이나 부산시에서 준비한 입주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부산지역 예비 블록체인 기업인들의 대부분은 지역 대학에 속하지도 않고, 아직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 열정 하나만 가지고, 블록체인을 미래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찐(legit)' 블록체인 예비 기업가들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품을 수 있는 방식은 함께 먹고 자면서 공부하고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산에 블록체인 코워킹, 코리빙 공간을 설립할 수 있을까? ‘로컬스티치’는 서울 도심의 낡은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170여 개의 객실이 5개월 만에 가득 찰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기획, 홍보, 디자인은 운영업체가 부담하고, 리모델링 비용은 건물주가 부담하면 큰 자본 없이도 코리빙·코워킹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코리빙·코워킹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운영업체와 건물주가 나눈다.

이렇게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활용해서 코리빙·코워킹 공간을 설립한다면 큰 자본 없이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낡아서 수익률이 저조한 건물을 새롭게 꾸며서 건물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수익도 낼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부산시 입장에서도 오래된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블록체인 특구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부산의 건물주님들이여! 건물의 가치도 올리면서 수익을 보고,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는 코워킹(co-working), 코리빙(co-living) 공간 설립을 검토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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