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로 연출 도전 정우성 “특별하고 소중한 일상의 가치, 영화로 전달”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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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한 영화 주연·감독으로 참여
새로운 스타일·감독 언어·메시지 눈길
“배우·감독으로서 도전 계속하고 싶어”

영화 ‘보호자’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보호자’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감독 겸 배우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 남자가 질주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에서 분노와 불안, 결연함이 뒤섞인 감정이 느껴진다. 스크린에 배우 정우성의 눈빛이 비치면 관객들은 순식간에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정우성이 영화 ‘보호자’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이 작품의 주연인 그는 메가폰도 직접 잡았다. 15일 출항한 이 영화는 정우성이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업영화 장편 연출작. 단편 연출과 영화 제작으로 충무로와 깊은 연을 맺어온 그가 이번엔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 감독은 “도전은 아픈 것이지만, 도전할 때만 만들어낼 수 있는 반짝반짝한 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현장이 좋았고 그 과정이 즐거웠다”고 했다.

영화 ‘보호자’ 스틸 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보호자’ 스틸 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수혁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당초 한 신인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공석이 됐고 정우성이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정 감독은 “배우의 역할만 있으면 액션을 잘하면 되는데 연출자로서 어떻게 이 이야기를 그릴지 고민했다”며 “그 과정에서 폭력을 미화하거나 아이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힘줘 말했다.

과정이 쉽진 않았다. 연기와 연출을 모두 준비해야 했고, 부산 촬영이 시작될 무렵엔 부친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상만 치르고 현장에 복귀했다”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촬영을 미루면 큰 누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은 “심적으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면서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버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점점 피폐해지는 제 모습을 보고 옆집 남자(이정재)가 홍삼을 주더라고요. 심적, 체력적인 소모가 컸죠.”

영화 ‘보호자’ 스틸 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보호자’ 스틸 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영화 속엔 감독의 언어가 살아 숨 쉰다. 어떻게 보면 기시감이 느껴질 소재도 감독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풀어냈다. 작품 속 캐릭터를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정 감독은 “선과 악의 절대적 대결 구도의 영화가 아니다”며 “어떻게 보면 결핍과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삶을 보면 사소한 생각과 감정 때문에 큰 파장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작은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요. 그런 요소를 하나씩 쌓아갔어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도 의미 있다. 극 중 수혁과 그의 딸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수혁이 아버지로서 딸의 보호자라면, 아이는 수혁이 악으로부터 맞설 수 있는 힘을 준다.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랑, 믿음이라는 걸 영화는 이야기한다.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지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도 마음 깊이 다가온다. 정우성은 “일상의 가치를 영화로 교감하고 싶었다”며 “그게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건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영화 ‘서울의 봄’이다. 정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본업인 연기자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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