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 현대차·기아 집안싸움 뜨겁네
현대차그룹 국내 시장 점유율
수입차 제외하면 90% 상회
현대차 세단·기아 SUV 강세
싼타페·쏘렌토 같은 주 출시도
타사 약진 없이는 경쟁 이어질 듯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수입차를 제외하고는 90% 이상을 넘어서면서 내수시장이 사실상 현대차와 기아의 집안싸움으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일부 동급 모델 간에 출시시기가 겹치고, 찻값을 두고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등 경쟁이 뜨겁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월 완성차 5사의 판매량은 87만 3694대였고, 이 가운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총 79만 4385대를 판매, 90.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21년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88.0%, 지난해 88.6%를 감안하면 올해 점유율은 꽤 높은 수치다.
수입차까지 합친 전체 내수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지난 7월까지 77.5%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1년 73.8%, 지난해 73.6% 보다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내수시장에서의 형제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진 모양새다.
올해의 경우 현대차에서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7월까지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37만 4359대, 기아는 34만 332대다.
양 사의 판매량을 차종별로 좀 더 들여다보면 현대차는 세단, 기아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SUV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13만 6513대인 반면, 기아는 19만 5576대에 달한다. 세단 시장은 정반대다. 10만 3197대의 기아에 비해 현대차는 13만 7804대로 많다.
현대차에서는 준대형 세단 ‘디 올 뉴 그랜저’의 경우 7만 1501대가 팔려, 동급의 기아 ‘K8’(2만 8668대)보다 4만 대 이상 더 팔렸다. 반면 기아는 중형 SUV ‘더 뉴 쏘렌토’가 4만 2236대로, 동급 ‘디 올 뉴 싼타페’(1만 8636대)를 2만 4000대가량 앞서고 있다. 양 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급 모델간에 출시일이 겹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5년 만에 싼타페의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모델 교체 시기가 6~7년인 점을 감안하면 1~2년 빠른 것이다. 싼타페가 쏘렌토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조기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기아도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을 싼타페 출시 하루 뒤인 17일 공개(18일 출시)했다는 점이다. 그룹 내 동급 모델을 같은 주에 출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동급 경쟁 모델의 경우 출시 시기에 간격을 두며 판매 간섭을 피해왔다.
실제 K8의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2021년 말, 그랜저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지난해 말 각각 출시됐다. 쏘렌토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2020년 3월 판매를 시작했고, 4세대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은 2020년 7월 출시했다.
찻값 결정에서도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이번에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풀옵션 시 풀체인지 모델임에도 부분변경 모델인 쏘렌토보다 200만 원 가량 낮게 책정했다.
기아 관계자는 “싼타페 사전계약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쏘렌토의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기아하면 SUV를 잘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에 출시한 싼타페가 아웃도어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쏘렌토와 고객층이 겹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일정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양 사 간 판매 경쟁은 이른바 ‘르케쉐’(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쉐보레)가 내수시장에서 약진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