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자니 경기 부담… 한은, 기준금리 5연속 동결(종합)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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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조정 없이 3.5%로 동결
2분기 민간소비 등 뒷걸음 영향
미 정책 대응 상향 가능성도 언급

미국의 추가 긴축 의지와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며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또 한번 동결했다. 지난 2·4·5·7월에 이어 5회 연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추가 긴축 의지와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며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또 한번 동결했다. 지난 2·4·5·7월에 이어 5회 연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추가 긴축 의지와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2·4·5·7월에 이어 5회 연속으로 동결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오르는 등 인상 요인도 크지만, 대외 리스크로 셈법이 복잡해져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읽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4일 오전 회의를 열어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주요 배경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2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수치상으로는 겨우 역성장을 피했다. 특히 미국의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불거지고 있고, 부동산 위기에 따른 중국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반등 실현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하지만 가라앉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추기에는 가계부채·환율·물가 등이 걱정거리다. 우선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다시 불어나고 있는데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신용(빚) 잔액은 지난 2분기 9조 5000억 원 증가했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P까지 커진 가운데 최근 환율도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이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 불씨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부터 여름까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최근 몇 달 동안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낮아진 것일 뿐 효과가 곧 사라지면 결국 가을과 겨울에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일치된 견해이며, 인하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3.75%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1.4%를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 위기를 포함한 중국 경제 둔화, 수출 감소세 지속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1.4%는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예상과 동일하다. 다만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월 당시의 2.3%에서 0.1%P 하향 조정한 2.2%를 제시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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