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주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장 “추모평화공원, 부산 남구 건립되면 인근 역사 시설과 시너지”
“역사·문화·평화 아우르는 곳 돼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민간 유해 조사 TF 팀 발족 계획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문화평화 엑스포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최근 부산 강서구 사무실에서 만난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김영주(76) 회장은 ‘부산 추모평화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모협회는 78년 전 발생한 우키시마호 사건을 알리고 희생자 유해를 안치할 추모평화공원을 부산 남구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호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4일 일본 마이즈루만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해 있던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가족이 희생됐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도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통해 문화엑스포를 구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추모평화공원 역시 역사와 문화, 평화를 모두 아우르는 곳이 돼야 합니다. 추모평화공원은 현재 건립돼 있는 유엔기념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부산의 역사·문화 시설들과 함께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회장은 부산 추모평화공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우키시마호 유해 봉환과 추모평화공원 건립은 한일 민간 교류·협력의 상징으로서 가치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유해 조사와 봉환을 위해 사료를 공유하는 등 일본 시민단체들과도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한다.
“우키시마호의 역사를 담을 추모평화공원은 단순히 기존 역사를 복원하는 게 아닙니다. 흑역사를 새 역사로 재창조하는 작업입니다. 그러한 공간이 만들어질 때, 과거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 총리도 이곳에서 엄중한 역사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일 겁니다.”
김 회장은 2010년 일본 방문을 계기로 우키시마호 사건의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일본 마이즈루에서 열린 65회 우키시마호 순난자 추도회에 참석했습니다. 조총련 여고생들이 저고리를 입고 편곡한 아리랑을 부르는데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이에 부산으로 돌아와 부산시에 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추모협회는 매년 우키시마호 침몰일에 맞춰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추모 공원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추모평화재로 행사 규모를 키워 많은 시민이 우키시마호 사건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지난 24일 열린 광복 78주년 추모평화재에서는 최대 현안인 우키시마호 유해 조사를 위한 TF 활동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밖에 부산 해군사령부 군악대와 월드엔젤피스예술단의 공연도 펼쳐졌습니다. 다음에는 13년 전 일본 추모 행사에서 아리랑을 불렀던 여고생분들도 꼭 한번 초청하고 싶어요.”
김 회장은 추모평화재 이후에는 당면 과제인 교토 마이즈루 현지 유해 조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곧 발족할 관련 민간 유해 조사 TF 팀은 발굴 가능성, 과거 매장 상황 등에 대한 기초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김 회장은 “78년 유족의 숙원을 더는 미루지 않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