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택시 팁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할 때면 한국인이 당황스러워하는 경험이 팁이다. 식당이나 호텔, 택시에서 서비스받을 때마다 얼마를, 어떻게 줘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팁 줄 것을 고려해 출국 비행기를 타기 전 꼭 소액의 외화 지폐를 환전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정식 이용 가격에 포함하면 현장에서 번거롭게 팁을 주고받는 불편함도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서양의 문화라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팁은 통상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또 성과에 대한 수당이나 부유층의 과시용이라는 설명도 있는 것을 보면 뚜렷한 정설은 없어 보인다. 팁 문화가 정착된 북미에선 사업주가 종업원에게 급여를 적게 주는 대신 팁으로 이를 보충하게 했다고 한다. 어쨌든 팁 문화가 인간의 선의에서만 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이런 팁 문화가 최근 국내에도 점차 느는 분위기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택시가 지난달 ‘팁 서비스’ 기능을 시범 도입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카카오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서비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주면 팁 지불 창이 뜨고, 승객은 1000원, 1500원, 2000원 가운데 팁을 고를 수 있다.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 또 근래 일부 카페와 식당 등에서는 팁을 받는 유리병을 놓아두거나, 팁 안내문을 테이블에 올려 두는 곳도 등장했다. 직원이 태블릿PC로 화면을 보여 주면서 팁 지불을 권유하는 곳도 생겼다고 한다.

외국의 문화인 줄로만 알았던 팁 지불을 막상 국내에서도 맞닥뜨린 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납득할 만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팁 지불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팁 문화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최근 ‘팁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불만이 속출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자율이라고 해도 정식 가격 외의 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더욱이 한국인은 면전에서 대놓고 ‘친절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못하다. 알아서 주면 몰라도 상대가 먼저 이를 바라는 것은 무례한 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호의나 선의가 금전으로 평가돼 지불되는 행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다. 오른 택시 요금에, 팁까지 챙겨야 한다면 이제 택시 이용은 언감생심일 것 같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