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부터 안 된다고?” 50년 주담대 ‘옥신각신’
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 ‘눈총’
시중은행 나이 제한,판매 중단
실제 주담대 상환기간은 평균 7년
4050 중년 대출자 “역차별” 반발
은행권이 원리금 부담 경감을 위해 출시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에 돌연 나이 제한을 도입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자 ‘목줄 죄기’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대출자가 상환기간이 긴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50년 주담대 도입 취지가 원리금 부담 경감이고, 주담대를 실제로 50년간 상환하는 대출자가 드문 만큼 사실상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 신청·약정 건부터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앞으로 만 34세 이하만 선택할 수 있다. 45년 만기는 만 35~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만 선택 가능하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45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당시 ‘만 39세 이하’ 나이 조건을 뒀었다. 그러다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며 나이 제한을 없앴지만 이번 조치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주담대 상품의 나이를 제한하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BNK경남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오는 28일부터 중단한다. BNK부산은행은 아예 출시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수협은행과 대구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나이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은행이 부담을 느끼고 판매 조건을 수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계획을 밝히며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나이 제한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50년 만기 주담대가 눈총을 받는 것은 대출자가 같은 조건에서 만기를 늘릴 경우 빌릴 수 있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이 금리 연 4.45%로 30년 만기를 선택하면 받을 수 있는 주담대 한도는 3억 3000만 원이다. 하지만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한도는 4억 원으로 7000만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은행이 ‘나이 제한’을 도입하고 나서자 4050 중장년 대출자는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출을 받고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 뒤 집을 팔거나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은데도 단순히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주담대 대출자의 평균 상환기간은 7년 안팎이다. 대출을 만기까지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문다. 금융당국도 “50년 주담대 도입 당시 금리 인상기에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는 것이지, 80세 이상까지 갚으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젊은 층이라고 해서 50년 만기까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가계부채 급증은 특례보금자리론과 부동산 경기 회복 등에 인한 것이지 50년 주담대만 원인으로 콕 집어 지목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