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북한 연일 미사일 쏘는데… 외신 “대피 명령에 무관심한 시민들”
6년 만에 열린 민방위 훈련 조명
현장 분위기·반응 상세히 전달
“커져 가는 북한 위협 대응 차원”
비협조적인 시민 모습에 놀라
외신들은 6년 만에 열린 한국의 민방위 훈련을 집중 조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뤄진 훈련이어서 외신들은 민방위 훈련의 목적, 실제 훈련이 이뤄지는 현장 모습과 시민 반응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그러나 외신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시민은 민방위 훈련에 무관심하고 제대로 참가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
■북한 도발 속 수년 만에 열려
상당수의 해외 언론이 한국의 민방위 훈련에 관심을 보이며 현장 모습을 전달했다. 미국 CBS뉴스는 ‘한국, 북 미사일 도발 이유로 수년 만에 첫 민방위 훈련 실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23일 서울 중심부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자 공무원들이 차량을 정지시키고 사람들에게 지하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간 이뤄진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공습 발생 시 신속한 대피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CBS뉴스는 한국에 약 1만 7000개의 지정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정부가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방독면 착용, 비상 식량 배급 지시 등 화학·생물학·방사능 훈련을 포함해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준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훈련에 참가한 시민들의 생생한 반응도 보도했다. 한 시민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갑자기 쳐들어오면 혼란으로 인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훈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번 훈련이 조금 불편했지만 필요했다”며 “우리는 항상 북한과 대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너무 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본의 재팬타임스는 민방위 훈련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팬타임스는 ‘한국, 6년 만에 민방위 훈련 실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훈련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훈련의 일환이다. 한미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을지프리덤쉴드’ 훈련과 동시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훈련이 북한이 정찰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팬타임스는 많은 시민이 서울은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에서 남쪽으로 불과 50km 떨어져 있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공습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단 몇 분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훈련 외면하는 시민들
일부 외신은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도 민방위 훈련과 전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시민의 태도에 적잖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드물게 공습 훈련을 실시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를 무시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이 점점 커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6년 만에 전국에서 사이렌이 울려퍼졌으나 많은 사람들은 대피하라는 요청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민방위 훈련 상황을 전하며 시민 반응을 생생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도심에 공습 사이렌이 울린 이후 노란색 재킷과 민방위 로고가 있는 모자를 쓴 사람들이 보행자들에게 거리에서 벗어나 대피소에 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많은 보행자들은 이러한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지정된 대피소나 인근 지하 공간을 찾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은 “훈련에 대해 몰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전쟁도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피소로 모인 많은 사람들은 훈련 동안 커피를 마시는가하면, 에어컨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싱가포르 일간지인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6년 만에 첫 민방위 훈련 실시, 국민 무관심 우려’라는 기사에서 많은 한국인이 민방위 훈련에 무관심하며 대피소로 대피하지도 않고 대피 알람에도 무신경하게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