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부지 공사, 지역 업체엔 바늘구멍
단일공구 발주로 공동도급 유력
지분율 5% 이상 충족 거의 없어
수도권 대형 건설사 싹쓸이할 듯
정부, 조달청 기준 변경 등 부심
정부가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중 부지 조성 공사를 1개 공구로 발주할 예정이어서 단일공구 때문에 지역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사업에 정작 지역 건설업체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서울 본사 대기업 건설사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자칫 지역 건설업체들이 대기업 건설사 물량을 하도급 받는 하청업체 역할만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의 토사 절취와 매립 등 공항 부지를 건설하는 사업은 단일공구로 발주한다. 1공구, 2공구 등으로 나누면 공구 간 인터페이스(연결부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공기 단축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취원이 하나고 매립도 면 단위로 하나의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1개 컨소시엄이 맡아야 중첩되는 인터페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여객터미널 건설은 국제현상공모를 진행해 별도로 하게 된다.
이처럼 단일공구로 추진하면서 정부는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 또는 주계약자 없이 모든 건설사가 비슷한 지분율로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어떤 방식을 쓰든 이번 공사에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상당수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체로서는 국내에 이만한 일감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컨소시엄으로 입찰을 진행하면 각 건설사가 최소 지분율 5%를 충족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조달청의 시설공사 집행기준에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부지 조성 공사비가 7조 원이라면 참여업체가 가져갈 사업비가 최소한 3500억 원 이상 돼야 한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상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지역 기업은 몇 곳 안 된다. 더구나 컨소시엄에는 최대 10개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울러 이번 공사는 경쟁입찰 방식이어서 컨소시엄이 2개 이상 구성되면 몇 곳 되지 않는 지역 업체도 컨소시엄별로 나눠지게 돼 결과적으로 지역 업체는 말 그대로 명목상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건설업계는 다수의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분율 조항을 없애는 등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가덕신공항특별법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역의 지역기업을 우대하도록 돼 있다. 시행령에는 '신공항 건설 예정지역의 관할 또는 인근 지자체에 있는 지역 기업에 우대가 가능한 공사·용역 등의 계약 대상을 규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도급 방식의 경우, 과거 새만금 부지 조성과 평창올림픽 공사에서 지역 업체 하도급은 권장사항으로 포함됐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당시 지역 업체가 40%의 공사를 하도급으로 받을 수 있게 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었다”며 “더구나 지역 건설사가 하도급으로만 참여한다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동수급 조건으로 참여기업이 최소 5%를 감당하고 들어와야 한다면 지역 기업 참여 기회는 매우 줄어들 것”이라며 “이 부분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를 기재부 및 조달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지회는 “참여 지분율 조항을 없애고 컨소시엄을 최대 10개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 조항도 삭제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