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편집국] 한 번 거르려고, 일과 삶 나누려고… 자연스러워진 ‘인만추’
[MZ 편집국] 한일 연애 보고서
▶일본
지난해 결혼 5쌍 중 1쌍 매칭앱 인연
코로나 겪으며 보편적 만남 방식 정착
사내 연애보다 이별 때 부담 적어 선호
▶한국
직장 인증·취미 커뮤니티 앱 통해 만남
미혼·나이 제한 등 만남 목적 운영 경향
소득·스펙 등 검증된 유저 간 ‘셀소’ 인기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가 생각보다 적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부담스러워요. ”
미혼 남녀가 연애나 결혼 상대를 찾을 때 만남을 주선하는 매칭앱처럼 인위적인 만남의 기회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성향을 가미한 인위적 만남을 선호하는 편이다.
■매칭앱 통한 만남이 주류인 일본
일본의 대형 보험사인 메이지 야스다생명이 지난해 10월 만 20~79세 16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해 결혼한 부부 중 두 사람이 매칭앱을 통해 만난 경우(22.6%)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꼴이다.
매칭앱을 통해 결혼한 사람들은 일본에서 매칭앱이 코로나19 이후 주요한 만남의 통로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한다. 후쿠오카에 사는 한 20대 부부는 코로나19 시기 일본의 매칭앱 ‘페어스’를 통해 만났고 지난해 결혼해 지금은 9개월 된 아들을 키운다. 남편인 시모카와(27) 씨는 “매칭 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라며 “주변을 살펴보면 10명 중 7명은 매칭앱에서 연애 상대를 만난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매칭앱인 페어스에 따르면 앱 등록자는 200만 명 이상이다. 이용자는 각종 증명서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원하면 거주지, 취미, 연평균 수입, 흡연 여부 등을 표기한다. 마음에 드는 상대의 프로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 후 상대도 ‘좋아요’를 누르면 두 사람이 매칭돼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매칭앱 이용자들은 인위적인 만남의 장점으로 ‘공과 사의 구분’을 꼽았다. 후지와라(29·나고야) 씨는 “직장에서 연애 상대를 만나고 헤어졌을 때에는 리스크(위험 부담)가 크다. 헤어지면 직장에 계속 다니기 힘들 수도 있다”면서 “매칭앱에는 지인의 개입이 없어 관계의 시작과 끝이 깔끔하다”고 말했다.
도쿄도립대 다카하시 미사노리 경제경영학부 준교수는 매칭앱에 대해 “일본의 온라인 데이트 역사는 약 20년으로 의외로 길다”라며 “관계의 번거로움이나 리스크가 없고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연 수입 등으로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을 해방시키는 일종의 도구”라고 분석했다.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는 한국
한국에서는 만남만을 목적으로 하는 매칭앱보다도 각종 취미나 커뮤니티 앱에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해 인위적인 만남을 시도하는 MZ 세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만남의 기회가 줄어든 데다 정식 맞선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연애 상대를 만나고 싶어 앱 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취미 앱을 통해 연인을 만난 강 모(31·부산진구) 씨는 “취미 모임은 모집 공고만 보면 취미 활동이 중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연애 상대를 찾으려는 남녀들이 온다”며 “가입 기준에 미혼 남녀라고 한정돼 있고, 어떤 모임은 나이 제한을 두기도 한다. 특정 직장이나 거주 지역을 한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정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다. 일종의 소개팅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도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한 통로로 사용된다. 같은 직장이나 업계 직장인의 익명 소통이 주목적인 직장인 앱에서 만남은 소위 ‘셀프 소개팅’으로 진행된다. 커뮤니티에 학벌이나 연봉, 관심사 등을 미리 밝히면 관심 있는 상대방이 연락을 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강 모(33) 씨는 “앱을 통한 만남은 익명이 대부분이라 꺼려졌는데, 직장인 커뮤니티 앱에는 직장을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한 번 검증을 거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결혼정보회사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결혼정보회사는 1841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1572개)보다 17.1% 급증했다. 2017년 1613개, 2018년 1609개, 2019년 1572개 등으로 감소세였다가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 1684개, 지난해 1723개로 증가 추세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해 각종 파티나 행사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성대 임낭연 심리학과 교수는 “MZ 세대는 온라인을 통한 대인 관계에 거부감이 없다. 자신과 맞는 사람을 일일이 찾으려면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인위적인 경로를 통하면 일종의 스크리닝된(검증된) 상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앱을 통한 만남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랑·김동우 기자 rang@busan.com
이와사키 사야카 서일본신문 기자 sayaka.iwasaki@nishinippon-np.jp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