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인류세 문제에 대한 뮤지엄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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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프로젝트 ‘Re:새-새-정글’

2023년 여름 우리는 기록적인 무더위와 함께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폭우, 장시간 이어진 장마를 경험하였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로 인간 삶의 터전과 생태계의 심각한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발전과 개발’ 논리에 따라 개념화된 인류세에 관한 이야기는 미술계에 어떤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제26회 ICOM 프라하 세계뮤지엄대회에서 뮤지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발표됐다. 그중에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라는 내용은 환경·생태와 관련된 뮤지엄 운영에 있어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박물관, 지속가능성과 웰빙’이라는 주제로 세계박물관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환경위기’라는 사회적 이슈를 여러 미술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담론화했다.

뮤지엄의 환경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먼저, 서울시립미술관은 2021년 이상 기온으로 죽어가는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후미술관:우리 집의 생애’라는 전시를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가벽을 사용하지 않은 ‘대지의 시간’전을 시작으로, 전시 관련 탄소 배출량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미술관-탄소-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국내 사립미술관을 대표하는 리움미술관에서는 전시 운영에 대한 환경 실천 의지를 드러내는 ‘아트스펙트럼 2022’라는 전시와 함께 ESG 경영을 선언했다. 또 대림미술관은 버려지는 오브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를 개최했고, 아트센터나비는 기후 변화에 대한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게더링 모스’라는 글로벌 문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미술관 전시 기획과 기관 운영에 있어 환경·생태보호에 적극성을 보이는 추세에서, 생태계의 보고인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 역시 개관부터 현재까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소개했다. 2021년 이후 사례만 살펴봐도 ‘지속 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은 미학적 측면에서 전시 폐기물을 그대로 관람객에게 노출하여 ‘미술관의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자재 재활용, 페인트·인쇄물·항공운송 최소화, 전력 절감 등 환경보호 실천을 위한 다양한 방향을 제시했다.

야외 프로젝트 ‘Re:새-새-정글’은 전국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 27톤을 모았다. 폐플라스틱을 폴리염화비닐로 사출한 1만 5천여 개의 모듈을 제작하고 이를 조립해 을숙도의 대표적 철새인 쇠백로를 형상화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포스트모던 어린이’ 1, 2부 전시, 부산현대미술관 최초의 영화 전시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는 전시 구성에 있어 기존 구조물이나 가벽 재활용, 폐자재 사용으로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는 생태환경에 대한 이슈를 다학제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부산모카 플랫폼’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오는 9월에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는 다양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연규석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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