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없다"는 정부,'역대급' 기금으로 세수 결손 메운다
기재부, 세수 부족에 기금 투입
예산불용·세계잉여금 ‘구원투수’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로
추경 없이 행정부 재량으로 방어
유례없는 세수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금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최대 20조 원의 '실탄' 확보가 가능해졌고, 총괄계정격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넘기면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정 비율까지는 행정부 재량으로 공자기금 자금의 일반회계 전환이 가능하다.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 루트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없이도 '세수 펑크'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통상 기금 여유재원은 최대 5조 원을 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획재정부는 외평기금 예탁금을 조기 회수하는 방식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공자기금 여유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기금(基金)은 일반회계·특별회계와는 달리 특정한 목적을 위해 운용되는 특정 자금을 말한다. 통상 세수결손 재원으로는 활용되지 않지만, 이례적으로 상당액의 기금 여유재원이 생기면서 구원투수로 적극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이다. 투기적 수요로 환율이 급등락하게 되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또는 원화를 활용해 시장의 환율을 안정시키는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지난해부터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왔고, 이로 인해 외평기금에 원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외평기금의 원화 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외평기금에서 최소 10조 원, 최대 20조 원의 '실탄' 확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외평기금 여유 재원을 일단 공자기금으로 보내면, 이를 일반회계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공자기금이란 다른 기금들의 여유 재원을 빌려오거나(예수) 자금이 부족한 곳에 빌려주는(예탁) 총괄계정으로, '공공기금의 저수지'로도 불린다. 국채의 발행과 상환까지 맡은 자금 조달 창구라고 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45조 8000억 원을 빌릴 예정인데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공자기금이 활용된다면, 일반회계 예탁규모는 이를 웃돌 수 있다.
이는 기재부의 '세수 재추계' 작업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는 늦어도 다음 주까지 세수 부족분을 재추계해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 6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조 4000억 원 줄었다. 남은 5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 5000억 원) 대비 48조 원 부족하다. 세수펑크가 50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60조 원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60조 원을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부족분은 '세수 펑크'의 60%에 해당하는 3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내국세의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는 법규정에 따른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세수 펑크의 약 40%는 지방부담이라는 얘기다. 관세,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6대 4의 비율로 중앙과 지방이 각각 부담하는 셈이다.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을 메우는 재원은 크게 불용(不用), 세계(歲計) 잉여금, 공자기금 재원이다. 우선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10조 원대 자금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2011~2016년 평균적으로는 11조 5000억 원 불용이 발생했다. 세계 잉여금으로는 3조~5조 원대 재원이 가능하다. 2022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의 일반회계 잉여금 6조 원 가운데 출연·상환 등을 제외한 순수한 여윳돈은 2조 8000억 원이다. 자유로운 활용에 제한이 있는 특별회계 잉여금 3조 1000억 원까지 최대한 활용한다면 5조 9000억 원이다.
나머지 20조 원 안팎의 부족분은 공자기금 재원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게 기재부 판단으로 전해졌다. 외평기금 자금을 중도에 상환받거나 신규 예탁을 줄이는 방식으로 예년 규모를 크게 웃도는 공자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올해 공자기금 정부내부지출 153조 4000억 원의 최대 20%인 약 30조 원까지는 국회 의결없이 행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기금에 빌려준 예탁금을 대규모 조기 상환받는 방식으로 공자기금 여유재원 확보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