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열린 벡스코 정전… 천장 누수에 시설 오작동도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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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료관광컨벤션 등 3개 행사 열려
1일 오전 1전시관 전체 불시 정전 발생
예비 발전기 가동 안 돼 8분 뒤에야 복구
초음파 장비 등 고장 ‘체험 행사’ 취소
2B홀 에어컨 가동 계속 안 돼 ‘찜통’
에스컬레이터 천장 물 새고 차단기 고장
마이스업계 “호황 불구 시설 관리 소홀”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정전으로 한 전시관 참가 업체의 기계가 고장 나 체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일부 홀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독자 제공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정전으로 한 전시관 참가 업체의 기계가 고장 나 체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일부 홀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18개국 바이어가 찾은 부산 최대 규모 의료관광 전시회에서 정전이 발생해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 참가 업체의 초음파 기계가 고장 나 체험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고, 일부 홀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더위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부산의 핵심 컨벤션 시설에서 예비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등 가장 기본인 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벡스코가 시설 관리보다 직접 주최하는 행사 유치에만 몰두한다는 마이스 업계의 쓴소리도 잇따른다.

3일 벡스코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9시 51분 벡스코 1전시관 전체가 정전됐다. 2만 6508㎡ 면적인 제1전시장은 벡스코에서 가장 큰 규모로 주로 전문 전시회나 대형 회의 등이 열리는 핵심 전시관이다. 이날 1전시장 1홀, 2A홀에선 ‘부산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마지막 날 행사가 열렸고, 2B홀에선 국내 최대 규모 의료관광 전시회인 ‘2023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BIMTC)’ 개막식, 3A·3B홀은 ‘제20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 개막식이 예정돼 있었다. 개막식 리허설이 한창이던 때 난데없는 정전은 8분간 계속됐고, 이날 오전 9시 58분에 전력이 겨우 복구됐다.

하지만 정전으로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에 참여한 한 병원의 초음파 기계가 고장 났다. 이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됐다. 이 업체는 참가 업체 중 가장 많은 부스 4곳을 신청했지만, 개막하기도 전에 고가의 장비를 수리 업체에 맡겨야 했다.

이날 참석한 마이스업계 관계자는 “개막식 직전 영상 등을 리허설 중이었는데 갑자기 정전됐다. 컴퓨터 가동 중에 저장 없이 갑자기 전원을 끈 것과 같은 상황이 빚어져 당혹스러웠다”며 “컨벤션 시스템은 예민해서 야외 행사 때도 예비 발전기를 가동하는 데, 부산의 대표 컨벤션 시설에서 예비 발전기가 가동이 안 돼 10분 가까이 정전되는 게 있을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력 복구 후에도 2B홀에선 에어컨이 재가동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장작 8시간 이상을 ‘찜통’인 채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관계자와 관람객들은 책자와 종이 등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야만 했다. 이번 행사엔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등 18개국 82명의 해외 바이어가 찾았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한 바이어는 “한여름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우리나라보다 더 더웠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벡스코에선 정전뿐 아니라 누수와 주차 차단기 고장 등 시설 오작동이 발생했다. 한 관람객은 “벡스코 1층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관람객들이 물방울을 맞았다”면서 “개막식 이후 오후 2시 30분 정도에는 주차 차단기 한 곳이 고장 나 몰리는 차량에 정체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벡스코 관계자는 “과전류 현상으로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와서 정전된 것 같다”면서 “일부 전시관의 에어컨에는 전류가 다시 정상적으로 들어가지 않아 불가피하게 냉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이스업계는 벡스코가 지역 업체에 행사를 넘기지 않고 직접 주관하는 데에만 몰두해 정작 시설 관리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부산시에 따르면, 벡스코가 직접 주관한 행사는 매년 증가세로 지난해는 15개 정도로 가장 많았다. 마이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 행사에도 30분 정도 정전 사태가 있었는데, 코로나 엔데믹 이후 벡스코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정작 시설 관리와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벡스코의 서비스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주차요금은 많이 올랐고, 기존에 있던 임대비용 할인 등 혜택은 확 줄어 상당수 지역 민간 업체는 벡스코 사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강철호 의원(동구1)은 “벡스코가 행사를 민간에 넘기지 않고 직접 주관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마이스업계에선 대구보다도 업체 자생력이 떨어진다며 불만이 많다”면서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같은 세계적인 행사도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데 이런 방향은 부산의 미래 먹거리인 마이스산업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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