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 노후 유류탱크, 관리 강화 시급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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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사용 부산 영세 목욕탕 109곳
지자체 정기 점검 대상에서 빠져
안전장치 관리 기준 없는 ‘사각 지대’

지난 2일 국과수와 소방청, 경찰 등 유관 기관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2일 국과수와 소방청, 경찰 등 유관 기관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동구 목욕탕 화재 사건으로 소규모 목욕탕에서도 수십 명이 부상을 입는 폭발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노후 목욕탕의 안전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시 40분과 30여 분 뒤인 2시 15분께 동구 좌천동 매축지 마을의 4층짜리 목욕탕 지하실에서 2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1차 폭발 당시에도 주민들이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증언할 정도 상당한 충격과 함께 불길이 거리로 치솟았다.


2차 폭발은 1차 폭발보다 더 큰 불길과 충격이 있었고, 건물 인근 소방관의 헬멧이 벗겨지고 튕겨나갈 정도였다. 23명 부상자는 모두 2차 폭발 당시에 발생했다. 다행히 당시 건물 내 들어간 이는 없었으며, 중상을 입은 소방관 2명은 건물에 인접해 있었다. 만일 건물 내 구조대원들이 진입한 상태였거나, 당일 목욕탕이 운영돼 이용객들이 있었을 경우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소방당국은 유증기가 미상의 점화원과 만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점화원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유증기는 목욕탕은 물론 유류탱크 등이 있는 시설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노후 시설 등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소방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전국 목욕장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부산지역 내 목욕탕은 총 712곳으로 30년 이상 운영한 목욕탕은 337곳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이중 유류탱크가 있는 곳은 109곳이다. 오래된 목욕탕일수록 유류를 사용하는 영세한 소규모 업장인 경우가 많다. 유증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에 결함이 생겼거나, 보일러로 기름을 보내는 배관에 틈새가 생겨 밀폐된 지하 공간에 유증기가 쌓여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규모 노후 목욕탕은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정기 안전점검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 안전점검은 화재위험 평가나 시설물 결함 확인 등을 진행한다.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되더라도 지자체 건축물 관리 조례에 따라 영업장 면적의 합계가 1000㎡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정기 점검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자체장이 권한에 따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하면 점검 대상 포함되지만, 이러한 경우는 드물다.

공중위생관리법상으로도 목욕탕 시설물 점검 주체를 기초 지자체로 정하고 있으나, 명확한 점검 시기나 안전장치에 대한 관리 기준은 따로 없어 관리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폭발 사고가 난 동구 목욕탕 건물은 4층짜리로 1990년 11월 사용허가가 난 33년 된 노후 건물이다. 하지만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갖춰야 하는 소방시설설치법 대상이 아닌데다 다중이용업소에도 해당되지 않아 관련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소방당국이 폭발 사고가 발생한 동구 목욕탕의 유류탱크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목욕탕과 수영장은 물이 있어 비교적 화재에 취약하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목욕탕에 대한 소방 기준을 강화해 철저한 안전관리와 점검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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