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성매매, 잔혹 폭행까지… 지옥 같았던 9개월[사건의 재구성]
30대, 가출 여중생 집으로 유인
“연인 사이” 지속적 가스라이팅
주 5일 하루 3~4회 성매매 착취
여드름 났다고 전치 6주 폭행도
법원, 징역 10년 선고·추징도
지난해 7월, 30대 남성 A 씨는 SNS를 통해 가출한 여중생 B 양을 알게 됐고 B 양을 어르고 달래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B 양에게 평생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지옥 같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B 양에게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에 나설 것을 강요했다. 약 9개월간 A 씨는 B 양에게 일주일 중 5일, 하루에 3~4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에 나서도록 했다.
성매매는 스마트폰 즉석만남 앱을 통해 모집한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을 통해 이뤄졌다. 법원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성매매 대금이 약 3500여만 원인데, A 씨는 이 돈을 대부분 생활비 등 자신을 위해 썼다.
성매매를 한창 강요하던 지난해 11월 23일, B 양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얼굴에 여드름이 상당수 올라왔다. A 씨는 B 양의 얼굴에 난 상당수의 여드름이 못마땅해 “직접 여드름을 짜주겠다”고 했으나 B 양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A 씨는 욕설을 퍼부으며 의자를 B 양에게 집어던졌고, B 양은 오른쪽 팔목 뼈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지난 3월과 4월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B 양을 향해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에 앞서 A 씨는 B 양이 가출한 직후인 지난해 7월 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B 양을 간음한 혐의도 받는다. B 양의 처지를 악용해 벌인 짓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는 “B 양과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성관계를 했다”며 “성매매는 B 양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가출한 상황에서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B 양에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며 가스라이팅을 지속했다. B 양은 A 씨로부터 성매매 착취와 간음, 폭행 등 갖은 범행을 당하면서도 A 씨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착각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A 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B 양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B 양이 A 씨의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을 때 A 씨는 또 다른 어린 여성에게 접근해 ‘같이 살자’며 SNS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A 씨에게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영업행위, 간음),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5년간 공개하고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 제한, 3550만 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애초에 피해 아동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간음하기 위해 B 양을 유인했고, 가출했다는 약점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공감을 하지 않고, 범행에 대해 사죄의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아동 청소년의 성을 상품화하고 경제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았다”면서 “다만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성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일부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