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연일 ‘이념’ 강조… 총선 전 ‘보수 결집’ 포석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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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행사 참석 윤미향 겨냥
“반국가 행위 단호히 대응해야”
광복절 경축사 등 반공 발언 늘어
야권 맹비난에 “중요한 건 이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하는 등 연일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 진영 결집을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최근 일본에서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일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조총련은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면서 “국민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조선 괴뢰도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끝까지 앉아있는 행태를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기본 가치를 지킨다는 전제에서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념’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을 만난 자리에서는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은 허위 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하는 심리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 국립외교원 창립기념 행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공산전체주의와 반국가세력을 강조하는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윤 대통령 인식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존하는 위협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윤미향 의원의 행위를 봐도 우리 사회에 경각심이 옅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에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하고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유엔사 역할을 사실상 축소시켰던 점을 이념으로 인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북한 지령을 받아 적대적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창원 간첩단’ 사건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야권에서는 연이은 윤 대통령의 이념 발언을 맹비난하고 있고,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피로감만 초래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더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그런 철학이 이념”이라고 맞받았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놓고도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강한 드라이브로 인해 ‘이념 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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