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십 명 “알바 면접 갔다가 성매매 제안, 나도 당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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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족에게 30여 건 제보
실제 유사 성매매 알선 더 많을 듯
최소 9개월가량 집요하게 범죄
구직자 거절해도 막무가내 설득
위압적 분위기에 거절 쉽지 않아
10~20대 여성 범죄 무방비 노출

지난달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진구 서면 한 키스방. 현재 폐업한 업소 내부에는 샤워실과 방치된 각종 위생용품이 보였다. 한편 부산 사하경찰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이 업소로 피해자를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달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진구 서면 한 키스방. 현재 폐업한 업소 내부에는 샤워실과 방치된 각종 위생용품이 보였다. 한편 부산 사하경찰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이 업소로 피해자를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속보=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10대에게 스터디카페 관계자인 것처럼 속여 접근해 성매매를 권유하고 성폭력까지 저지른 30대 남성 A 씨(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가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A 씨로부터 유사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라고 권유받은 10~20대가 최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확인된 사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해 10월이어서 A 씨는 지난 6월까지 최소 9개월가량 구직자를 꾀어내 성매매 알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차별적으로 여성 구직자를 노리는 유사 성매매업소의 구인 수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얼마나 방치돼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B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과 지인들은 피해자의 생전 증언 등을 바탕으로 부산진구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생 구인을 미끼로 성매매 권유가 이뤄졌다는 걸 확인하고, 직접 SNS를 통해 스터디카페 면접을 빙자한 유사 성매매 제안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스터디카페 면접을 보러 갔다가 다른 일을 알선받았다는 제보가 30건가량 들어왔으며, 문제의 키스방까지 갔다는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다행히 이상한 분위기에 놀라 도망쳤다는 이도 있었지만, 성적인 폭력이 있었다는 사례도 나왔다. 피해자 중 일부만 제보했을 것을 감안하면 A 씨의 성매매 알선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제보된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A 씨는 늦어도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시된 이력서의 연락처를 통해 10~20대 여성에게 부산진구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문자를 보냈다. 이후 사는 지역, 근무 가능 시간을 확인하고 면접을 보자며 해당 스터디카페로 불러낸 뒤 토킹바, 룸카페, 키스방 등에서 일하라고 권유했다.

구직자가 거절 의사를 밝혀도 “위험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다” “클럽이나 헌팅포차 정도의 스킨십이다” “손 잡고 허리 감싸는 정도다” 라며 설득했다. 거절하고 헤어진 뒤에도 “투잡을 하러 오라”며 문자를 보내거나,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다”며 또 다른 여성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캡처해 보내는 등 집요하게 업소 근무를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들이 쉽게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 조성되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도 있다. 얼떨결에 키스방까지 갔다가 성인용품과 피임기구 등을 발견해 성매매가 이뤄진다고 짐작했지만, 위압적인 분위기에 도망칠 수조차 없어 설명을 다 듣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해당 스터디카페 관계자의 증언도 A 씨의 광범위한 유사 성매매 알선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스터디카페 측은 회의실을 빌려줬을 뿐 이들의 구체적인 면접 내용 등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친구들이랑 같이 사업한다고 했는데, 6개월 이상 면접을 한다며 일주일에 2~3번 왔다”며 “20대 초반 젊은 여자들이 많게는 2~3명 정도 왔다. 한 명씩 면접을 보고 대화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A 씨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서 대상을 물색해 피해자를 유인했고, 유사 성매매업소의 실상을 감춘 채 무차별적으로 구인 작업을 벌인 셈이다.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라고 속인 것은 키스방 인근에 실제 스터디카페가 있어 범행에 활용하기 쉽고, 젊은 여성 사이에 비교적 쉬운 아르바이트로 꼽힌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신박진영 정책팀장은 “구인광고 사이트는 일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가장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미디어 등에도 (유사 성매매업소가)‘위험하거나 힘들 수 있지만 다른 일도 그렇다. 너만 조심하면 되고 일할 만하다’는 인식이 자주 나온다. 사실 그게 얼마나 다른 일인지는 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 사하경찰서는 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로부터 여성을 공급받은 부산진구 키스방 운영자 30대 2명도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넘겨졌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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