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호 목적지 부산항 1부두에 근대추모공간 만들자” ['8000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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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희생자추모협회 기자회견
일제 강제동원 역사적 장소에
추모평화탑 비롯 기억할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콘텐츠 제격
봉환될 유해 안치 공간도 필요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는 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키시마호의 당초 목적지인 부산항 1부두에 우키시마호 사건을 기억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배 기자 ksun@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는 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키시마호의 당초 목적지인 부산항 1부두에 우키시마호 사건을 기억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배 기자 ksun@

우리나라 근대사의 핵심 유산인 부산항 1부두의 보존 시설을 활용해 우키시마호의 비극(부산일보 8월 8일 자 1·4·5면 등 보도)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 1부두는 78년 전 일본 마이즈루에서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함께 침몰한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의 목적지였다. 국내에는 우키시마호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기억할 공간이 없다.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는 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항 제1부두 보존 취지에 맞는 부산근대역사평화공원을 조성해 흑역사를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김영주 회장은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포함하는 근대 유적지 조성을 제안한다”면서 “특히 제1부두는 일제 강제동원 한국인들의 출항, 귀항이 이뤄지던 곳으로 우키시마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우키시마호 추모평화탑·역사추모공간 등이 함께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단순히 역사를 복원하는 수준이 아닌 예술적인 재창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일본 총리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항 1부두는 피란수도 등 부산의 근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 유네스크 세계유산 등재와 부산시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됐다. 우키시마호 사건을 비롯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1부두에 보존된 대형 창고 등지에 마련되면 부산항 1부두 역사와 맞닿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중요한 역사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당시 희생자만 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해양 참사다. 그러나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야외 정원 한쪽에 있는 작은 추모비를 제외하고는 이를 기억할 공간이 국내에 없다. 이 추모비도 원래 1부두 인근 수미르공원에 있다가 2021년에 북항 재개발로 인해 옮겨졌다.

일본 교토 마이즈루의 경우 세계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인의 귀항 과정을 전시한 기념관의 기록물들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으로 등재됐다. 여기에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침몰한 우키시마호 참사 기록은 포함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1부두에 우키시마호 추모평화탑이 건립되면 마이즈루 추모비와도 마주 볼 수 있다”면서 “더불어 1부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릴 예정인 북항 재개발지로, 역사 공원이 제대로 마련되면 수많은 국외 방문객에게 우키시마호 참사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이즈루 해안 공원에는 젖먹이 아기를 안은 채 부산을 바라보는 한국인 희생자 모습의 대형 추모비가 조성돼 있다.

우키시마호 유해 봉환을 위해서라도 유해를 안치할 추모·역사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정치권, 유족회 등은 정부에 유해 발굴·봉환을 촉구하고 있으며, 최근 행정안전부는 도쿄 유텐지에 보관된 희생자 유해 신원 확인에 나섰다. 이날 우키시마호추모협회도 마이즈루 앞바다에 가라앉은 유해 발굴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유텐지 유해는 유족의 봉환 의사가 확인되면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를 안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 과거 봉환한 유해들도 현재 각 지역 사찰이나 납골당의 무연고자실에 방치돼 있다. 유족들은 사건 당시 유해가 합골·분골돼 신원 확인이 어려운 만큼, 한데 모아 추모하길 희망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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