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드문 모로코서 쾅… “비행기 충돌한 줄”
아비규환 같았던 현장 분위기
강진 대비 소홀해 큰 피해로 연결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강진과 관련해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각국 언론을 통해 타진되면서 ‘아비규환’ 같았던 지진 현장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감비아 축구대표팀의 톰 생피에 감독은 9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호텔에 충돌했다고 생각했다. 공항이랑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1, 2초 뒤 그게 지진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중세 고도 마라케시에서 71㎞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닥친 지난 8일 밤을 ‘끔찍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오는 10일 스타드 드 마라케시에서 콩고와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 예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근 숙소에서 지냈다.
AP·로이터·AFP 통신 등도 현장 분위기를 신속하게 전했다. 진앙 인근에 사는 몬타시르 이트리는 “인근의 집이 모두 부서졌다. 이웃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고 말했다. 타루단트에 거주하는 교사 하미드 아프카르는 “땅이 20초가량 흔들렸다. 2층에서 1층으로 대피하는 동안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일 펴낸 새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의 인명피해 및 경제 타격 추정치 관련 평가를 모두 ‘적색 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각각 ‘황색 경보’, ‘주황색 경보’로 판단했던 것에서 두 단계, 한 단계를 올린 것이다.
이처럼 피해 예측 규모가 급증한 것은 지진의 직접적 피해 범위에 드는 모로코 남서부 전반에 걸쳐 가옥 등 건축물들이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다. USGS는 “전체적으로 이 지역의 인구는 지진에 매우 취약한 구조물에 거주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취약한 건축물 유형은 ‘어도비’(짚과 섞어 벽돌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점토) 벽돌과 보강 처리가 안 된 진흙으로 된 벽돌 등으로 지어진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도 9일 규모 6.8의 이번 지진은 1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로, 강진 대비가 소홀해 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강력한 지진 활동의 대부분은 지중해 동쪽의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쪽에서 이뤄진다며 모로코는 그런 강진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지진이 흔치 않아 지진 대비가 소홀했고 그 결과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