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세월 중입자가속기 도입, 더는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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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암센터 건물 공사 발주 계속 지연돼
진료 2027년 시작, 당초보다 11년 늦어

부산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에 운영 예정인 기장암센터의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2016년 6월 들어선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부산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에 운영 예정인 기장암센터의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2016년 6월 들어선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부산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에 운영 예정인 기장암센터의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11일 부산시와 사업 주관 기관인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중입자가속기가 설치될 기장암센터의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조달청 입찰공고가 당초 7~8월에서 늦어져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암센터 전체 공사 가운데 소방 분야의 입찰공고가 지난달 7일 났지만, 앞선 공정이 끝나지 않아 이마저 취소되면서 전체 공사는 언제 시작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공사가 자꾸 미뤄지면서 기장암센터의 진료 개시 시점도 이미 11년이나 늦어졌다. 이러다 사업이 제대로 될는지 걱정이 된다.

알려져 있듯이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지역의 암 환자들이 이 가속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런 치료 능력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은 전국에서 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전국 어느 곳보다 가속기 도입이 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부산이 가속기 도입에 나선 때는 그리 늦지 않았다. 2010년 처음 도입 계획을 세웠는데, 당시는 2016년이면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은 2027년으로 미뤄졌다. 그러는 사이 공사비도 8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중입자가속기의 진료 시점이 2016년에서 2027년으로 11년이나 늦춰진 것은 암센터에 대한 부산시의 비전 부족 탓이 크다. 부산은 당초 일본이나 독일에서 가속기를 도입하는 대신 독자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 가속기가 들어설 빈 건물만 남게 됐다. 이후 일본에 가속기를 주문했지만, 이번엔 건물이 문제였다. 이미 완공된 빈 건물은 가속기 장치가 달라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조달청이 높은 난이도에 비해 공사 규모가 작다며 ‘맞춤형 서비스’ 발주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부산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서울 세브란스병원은 같은 기종으로 이미 지난 4월부터 암 치료를 시작했다.

지금도 많이 늦어진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앞으로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부산시가 촘촘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짚어나가야 한다. 가속기 도입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지역 암 환자를 위해서라도 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우선은 기장암센터의 빠른 공사 진행을 위한 ‘통합 발주’에 조달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정부 규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이 문제로 인해 2027년 진료 일정이 다시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가속기는 또한 부산의 ‘동북아 의료 허브’ 도약에도 핵심적인 시설이다. 지역 환자의 숙원이고 의료 허브 도약에도 필수 시설인 만큼 시는 더 이상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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