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시화한 북러 밀착, 한반도 안보 위기 우려된다
김정은 푸틴 만나 무기 거래 담판 관측
신냉전 기류 속 군사적 위험 고조 위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방부가 11일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방송 NHK도 11일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로 (평양을) 출발할 듯하다”고 보도했고, 같은 날 현지 러시아 매체도 김 위원장의 극동 방문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은 9월 초에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 거래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북중러 진영 대결이 심화되는 상황인데 북러의 이런 밀착이 한반도 위기를 가중할 위험한 행보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북러 사이에 실제로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개최된다면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지 현재로서는 알려진 게 없다. 북한과 러시아 측의 공식 발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러시아 방문인 데다 동선과 장소 등이 1차 때와 거의 같아 준비와 점검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회담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고려항공 비행기 대신 이번에도 방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4년 전에는 새벽에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11일 출발해 12일 도착하는 이번 일정을 감안할 때 12일이나 13일에 회담이 열릴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양국 사이에 무기 거래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가는 군수품의 고갈을 겪고 있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함께 최다 핵보유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수준 높은 관련 기술이 북한에 제공된다면 핵·미사일 개발에 혈안인 북한 정권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
동북아시아는 지금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가 고착화하는 신냉전 기류에 휩싸여 있다. 한미일이 군사동맹으로 가는 길을 닦자 중러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고 북중러 훈련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진영 간 상호 반작용에 따라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성이 한층 높아진 형국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혀 온 북한이 입장을 바꾼다면, 세계정세는 더욱 요동칠 게 분명하다. 북러의 밀착이 군사협력으로 이어져 국제규범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신냉전 구도에 함몰되지 않는 대외정책의 다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치밀한 공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