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연금 부촌 울산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연금 고갈 시계는 빨라지는데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개혁은 한 발짝도 떼기 힘든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최근 더 내고 늦게 받는 개혁안을 내놓으며 논란에 불을 댕겼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18%로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도 66~68세로 늦추되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잃은 ‘연금 개악’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공단이 10일 전국 시군구별 1인당 월평균 연금 수령액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 1위는 울산 동구로 1인당 88만 4532원이었다. 전국 평균(56만 3679원)보다 32만 원(57%) 이상 많은 수치다. 2위도 울산 북구(81만 9960원)였다. 부촌의 상징 서울 강남 3구를 4(강남구), 5(서초구), 8위(송파구)로 밀어냈다. 울산 남구와 중구도 6위와 9위를 기록해 상위 10위 지자체 중 울산이 4곳을 휩쓸었다. 17개 시도별 통계에서도 울산은 74만 5936원으로 1위였다. 세종, 서울, 경기, 인천이 뒤를 이었는데 부산은 55만 4107원으로 8위였다.
울산이 연금 부촌에 등극한 것은 월 37만 원에서 590만 원까지의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가입 기간이 길수록 보장 수준이 높아지는 국민연금의 제도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한다. 제조 대기업이 몰려 있는 울산에는 5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근속 기간이 긴 임금 근로자가 많다. 울산 동구에는 HD현대중공업, 북구에는 현대자동차가 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대 초반에 취업해 60세 정년을 채운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중위 소득 장기 가입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연금 부촌이라 한들 아직 한 달 수령액이 100만 원이 안 된다. 전국 평균 56만 원은 공무원연금 268만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아직은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 기간이 18.6년이고 소득대체율도 24.2%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데 노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보건복지부는 재정계산위 개혁안을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안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소득대체율 상향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안은 없는 걸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