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북중러 각축, 정부가 국민 안심 시켜야
북러 정상회담으로 ‘신냉전’ 심화 우려
최소한의 평화 유지 위한 노력 있어야
13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군 핵심 인사들이 방문단의 주축을 이뤘고, 회담 장소도 러시아가 자랑하는 우주기지였다. 이번 회담이 경제나 문화보다는 군사 협력에 무게를 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 정부는 북한과의 안보 협력 확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제사회는 나아가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정찰위성과 핵·미사일 기술에 대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 그랬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근래 뚜렷해진 동북아 신냉전 기류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축을 벌이는 신냉전 구도는 이미 가시화됐다. 한미일은 지난달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에 준하는 안보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는 반발하며 역시 미국과 갈등 중인 북한을 끌어들이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까지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국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북아판 나토’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북중러가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은 근래 더욱 분명해졌다. 다음 달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여하는 북중러 정상회담이라는 일정까지 제시된 형편이다.
특히 우려되는 건 북중러의 군사협력 체제 구축이다. 러시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 북중러 합동군사훈련을 공식 제안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해 중국을 설득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북중러 합동군사훈련은 전례가 없다. 기실 그동안 북중러 3국의 관계는 우호적이었지만 군사동맹까지 나아간 건 아니었다.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과 보조를 맞춰 반대해 온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북중러 합동군사훈련이 이뤄지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태가 한반도에서 펼쳐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의 성과와 관련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북핵 고도화에 맞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된 것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대응으로는 그런 위기감을 해소할 수 없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도 최소한의 평화는 유지시킬 수 있는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가 당면한 과제이자 책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