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바우처 지원 요청했더니 책임당원 가입 권유…”
사하공무원노조 게시판에
관련 의혹 게시 ‘일파만파’
2억 가까운 예산 실제 확보
선관위 “사실관계 확인 중”
게시판 캡처
부산 사하구 목욕업계가 정당 관계자로부터 업계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신 당원 모집을 제안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인다. 의혹 관련자들은 여러 차례의 취재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사하구지부 게시판에 “예산 따주고 책임 당원을 모집하도록 하면 이거 불법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현재 글은 관련 당사자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게시글에는 70대 중반 목욕탕 주인 남성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쓴 글이 캡처돼 이미지로 첨부돼 있었다. 내용을 보면, 지난 6월 19일 목욕협회가 국민의힘 한 당협 사무실에서 목욕탕 바우처 지원 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한 대신 책임당원 가입을 요구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어 당협 A 위원장 측에 책임당원과 관련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이것이 곧 목욕업계에 이득이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작성자는 “위원장님 사무실에서 바우처동구안을 요청했고, 그날 책임당원을 요구했고”라고 밝혔다. 이어 6월 26일 한 협회 사무실에 모여 자신들이 “책임당원 힘들지만 하기로 결정했고 7월 6일 A 위원장님, 구의원님들에게 책임당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글에서 ‘바우처동구안’은 부산 동구청에서 추진한 바우처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동구청은 지역의 75세 이상 노인에게 품위유지비 2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사하구청은 지난 6월께 구의회를 통해 70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6000명에게 1인당 5만 원씩 목욕비를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 예산 1억 7000만 원을 확보했다. 예산 확보는 국민의힘 소속 한 구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산광역시 사하구 저소득층 목욕비 지원조례’ 제정과 함께 추진됐다.
사하구청과 해당 조례를 추진한 구의원 측은 해당 당협에서 불거진 책임당원 관련 의혹과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단언코 우리 구가 개입하지도 않았고, 특정한 목적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 것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원조례를 대표발의한 구의원도 “앞서 간담회를 통해 업계 고충을 들은 적이 있었고 평소 저소득층 지원과 목욕문화에도 관심 있어 추진하게 됐다”며 “나는 애초에 그 당협 소속도 아니고, 책임당원 관련한 내용을 접한 적도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해당 당협에서 당내 경선에 이용할 목적으로 특정 이익단체에게 도움 되는 사업을 예산으로 보장하고, 그 대가로 책임당원 모집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선거법 등 위반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사하구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당 관계자는 자체 조사 여부에 대해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해당 당협 A 위원장과 사무국장, 목욕협회 사하구지부 측에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이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아 아무런 입장을 듣지 못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