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 전 오늘, 비 오는 오후 갑비차를 마셨다"
부산 커피 시음 첫 기록 기념
16일 ‘부산은 커피데이’ 행사
업계, 커피도시 가능성 주목
“부산 대표하는 브랜드 돼야”
139년 전 9월 16일 보슬비가 내리던 오후 ‘갑비차(커피)’를 마셨던 민건호처럼, 꼭 같은 날 커피를 마시며 부산이 명실상부 커피도시임을 선언했다.
지난 16일 비가 내리던 오후 중구 중앙동 카페 ‘노티스’에서 대한민국 최초 커피 음용도시 139주년을 기념해 ‘부산은 커피데이’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부산해관(현 부산세관) 감리서 서기관 민건호의 일기 〈해은일록〉 1884년 7월 27일(음력, 양력으로 9월 16일) 자에 나오는 기록에 근거했다. 민건호는 “오후에 보슬비가 왔다. 해관에 나갔다…갑비차, 일본 우유, 흰 설탕 큰 종지로 하나와 궐련 1개를 대접받았다…”는 일기를 남겼다.
부산시와 부산중소벤처기업청, 부산테크노파크는 부산이 역사적으로 커피도시라는 사실을 알리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부산은 커피데이’ 행사를 주최했다. 이날이 ‘커피데이’면서 ‘부산은 커피(도시)다’라는 사투리를 살려 행사를 기획했다.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부산은 커피데이’는 부산 커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연유를 되짚어보고 부산 커피의 역사적 기원을 짚는 문화 행사”라면서 “〈해은일록〉 기록을 발견한 향토사학자의 발견에 지역 사회가 의미를 부여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커피산업의 다양한 측면에 문화를 더해나가자”고 말했다.
부산은 커피데이 추진위원회 김정진(뉴스커피 대표) 위원장은 “오늘 행사가 매년 9월 16일을 기리는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커피 대회에서 우승한 커피 챔피언 11명이 ‘부산은 커피데이’ 선언식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김정진, 문헌관, 전성광, 전주연, 정형용, 조은지, 조현우, 주상민, 이일권, 추경하, 최우영 등 부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커피 챔피언이 단상에 올라 “부산은 커피데이”를 외쳤다.
커피 챔피언 토크쇼와 전문가 포럼에서 부산이 커피도시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의미 있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2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먼스커피’ 문헌관 대표는 “기후변화로 커피 생산량이 안정적이지 못한데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회용품 줄이기 같은 커피 소비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커피 생산국의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전문가 포럼에서는 커피를 매개로 한 공간의 의미를 지적하고, 커피산업과 예술의 접목 가능성에 대해 제안했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원향미 선임연구원은 “전 세대가 어울어지는 커뮤니티로서 커피공간의 가능성을 돌아보자”고 말했다.
‘커피도시부산포럼’ 문화분야 분과장인 ‘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는 “부산시 차원에서 〈해은일록〉에 등장하는 ‘보슬비, 가을, 오후에 마시는 커피’를 키워드로 부산커피를 재현하고 부산커피의 상징적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 제안한다”며 “뉴욕커피페스티벌이 음악, 미술 등 장르와 접목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커피와 문화를 결합해 부산만의 로컬 문화 브랜드를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