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리비아 대홍수 피해… 사망자만 벌써 1만 1300명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집에 머물라 지시 탓 피해 커져”
동서 장악 두 정부 책임론 대두
전염병·시신 매장 문제 논란도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리비아 데르나에서 16일(현지 시간) 한 생존자가 홍수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리비아 데르나에서 16일(현지 시간) 한 생존자가 홍수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이 리비아 동부 지중해 연안도시 데르나를 휩쓴 대홍수 사망자가 1만 13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규모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리비아 홍수 현장에서는 폭풍 당시 집에 머물라고 했던 당국의 지시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는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AFP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현재까지 데르나에서 최소 1만 1300명이 사망했고, 1만 10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OCHA는 데르나 이외 리비아 동부 다른 지역에서도 17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북동부 전역에서 4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OCHA는 “(사망자) 통계치는 구조 대원들의 생존자 수색 작업이 계속됨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지난 1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홍수 피해를 키운 건 정부의 잘못된 지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리비아 당국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는지, 내렸다면 언제 내렸는지 등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동부와 서부를 각각 장악한 리비아의 두 정부가 서로 엇갈린 지시를 내리며 혼란을 부추겼다고 증언하고 있다.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 엘-가마티는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14일 주장했다. 리비아 국민군(LNA) 측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밤 TV에 출연해 기상악화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집에 머무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전날 현지 검찰은 댐 붕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4일에는 기상예보 기능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유엔은 이밖에 어린이 약 30만 명이 콜레라와 영양실조, 탈수 등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오염된 물을 마시고 중독된 어린이는 최소 55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재난 현장에서 나온 시신을 존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시신으로 인해 전염병이 돌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 때문에 신원 확인이 안 된 채 화장하거나 즉시 매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WHO와 ICRC는 지난 1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전염병 사망이나 풍토병 유행 지역에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외상이나 익사, 화재로 사망한 사람에게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기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