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총선 무더기 차출설에 PK 현역 의원 “혹시 내 지역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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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인력 대거 차출 요청 대통령 승락”
언론 보도에 PK 현역 ‘컷오프’설 시끌
당 지도부 “벌써 명단 논의 말도 안 돼”
본선 경쟁력 관건… 옥석 구별 불가피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울산·경남(PK) 여권이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참모진의 대규모 총선 차출론으로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얼마 전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차출 리스트’를 전달했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급 참모진 수십 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순차적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때 맞춰 일부 행정관들이 PK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출마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게 총선 차출 리스트를 전달했다는 데 대해서는 손사래를 친다. 당 고위관계자는 17일 “수도권이라면 몰라도 현역들이 버젓이 있는 영남권 공략을 위해 벌써부터 차출 명단을 논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천 과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게 낭설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소속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총선 관련 명단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달 초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용산 참모진까지 ‘선택지’를 넓혀보자고 제안한 것과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에서 최근 참모진들을 대상으로 총선 출마 의향을 조사한 사실이 겹쳐져 소문이 와전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조사에서 총선 출마 의향을 밝힌 수석·비서관·행정관이 30명가량 되고, 윤 대통령 역시 참모진 중 국민의힘에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차출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용산 참모진의 대규모 출마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소속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추석 이후와 10월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내년 1월까지 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용산 생활’을 정리하고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PK를 포함해 영남 지역의 경우, 이들에 대한 대규모 공천은 비슷한 수준의 현역 ‘컷오프’를 전제로 한다. 물론 여권은 역대 영남 총선에서 전체 절반가량 ‘현역 물갈이’를 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차출돼도 공천을 받으려면 본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대 총선 당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개혁을 명분으로 영남에서 최대 규모의 현역 의원 교체를 단행했지만, 오히려 인물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 ‘네임 밸류’ 하나만 믿고 나서기에는 부산이 만만한 곳이 아니지 않느냐”며 며 “지역 활동도 전혀 없고, 인지도도 없는 인사들을 억지로 보내려 할 경우 전체 선거판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PK에 대거 도전장을 던지더라도 결국 ‘옥석 가리기’는 피할 수 없고, 공천장을 받는 이는 대통령실과 당에서 신임을 받고 있는 소수 핵심 인사에 ‘플러스 알파’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 핵심 인사는 “윤 대통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둔 지금 참모진의 총선 출마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오히려 좀 이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마하는 대통령실 참모진의 상당수는 자기 역량으로 공천 경쟁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길 수 있는 후보 공천’이라는 기준으로 경선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실 참모 차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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