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무늬만 ‘관광특구’ 도남관광단지 개발 청신호
금호그룹, 통영시와 업무협약
2028년까지 1400억 원 투자
고급리조트·요트 등 시설 건립
허허벌판 ‘애물단지’ 오명 탈피
관광객 유치·일자리 창출 기대
민간사업자의 투자 기피로 애물단지가 돼 버린 경남 통영시 도남관광단지 조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관광특구 개발을 핑계로 헐값에 용지를 매입해 놓곤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변죽만 울리던 금호그룹이 주변 지역 개발 호재에 발맞춰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30년 넘게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관광단지가 이번에야말로 제 모습을 갖출지 주목된다.
통영시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운영하는 금호리조트와 복합해양레저 관광도시 성공적 추진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토대로 금호 측은 2028년까지 1400억 원을 투자해 도남관광지 내에 200실 규모 최고급 리조트와 요트라운지, 오션사이드바, 실내스포츠파크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건립한다. 부지는 현 통영마리나리조트 스포츠센터를 중심으로 자사가 보유한 특구 용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통영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에 필요한 건폐율 조정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투자 결정이 완료된 데다, 이미 확보된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만큼 속도감 있는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통영 미륵도 내 자리 잡은 도남관광지는 1983년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당시 금호개발은 1989년 경남도와 협약을 맺고 도남동 647번지 일대 8만 874㎡를 200억 원에 사들였다. 금호는 협약에서 1992년까지 2000억 원을 투입해 콘도 2개 동과 마리나 시설, 해양 레저타운, 조각공원, 이벤트 광장을 갖춘 종합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완료한 사업은 650억 원 상당의 콘도 1동과 요트 계류장, 스포츠센터가 전부다. 금호 측은 이 시설을 완공한 1995년 이후 무려 14차례나 사업계획을 변경하며 시간만 끌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지역사회는 끊임없이 약속 이행을 촉구했지만 역부족. 시의회까지 나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압박해도 외면했다.
기다리다 지친 통영시는 대체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2008년 공모를 통해 삼성중공업 등 10개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새 민자유치 개발사업자로 선정하고 2300억 원대 투자·실시협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이후에도 꿈쩍 앉던 금호 측을 돌려세운 건 통영시의 끈질긴 설득과 정부 120대 국정과제로 선정된 ‘한국형 칸쿤’ 프로젝트였다. 칸쿤은 멕시코에 위치한 세계적 휴양지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를 통해 2030년까지 칸쿤처럼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 쉴거리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융‧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5곳을 전국에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상지는 지자체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관건은 민‧관 협력이다. 1곳당 사업비가 1조 원 안팎으로, 민간 기업 참여와 투자가 필수다. 경남도와 도남관광단지를 중심으로 밑그림을 그려온 통영시는 이를 금호 측에 제안했고, 마침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개통과 가덕신공항 개항,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시 폭증할 남해안 관광 수요에 주목해온 금호 측이 과감한 투자를 결심하면서 이번 협약이 성사됐다.
앞으로 양측은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도남관광단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는 데 앞장선다. 특히 통영시는 다양한 레저 시설 개발 등 관광 인프라 확충을 통한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KTX 역세권 개발, 한산대첩교 조기 착공, 국도 5호선 연장,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등 기반 시설과의 연계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