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산 기장군 ‘웨이브온’ 베낀 울산 카페 건물 전면 철거하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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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철거명령·5000만 원 배상 선고
재판부 “창작성, 실질적 유사성 인정”

2016년 건립된 부산 기장군 웨이브온 카페. 이뎀건축사사무소 제공 2016년 건립된 부산 기장군 웨이브온 카페. 이뎀건축사사무소 제공
표절 논란이 불거진 울산 북구 B 커피. 이뎀건축사사무소 제공 표절 논란이 불거진 울산 북구 B 커피. 이뎀건축사사무소 제공

부산 기장군 인기 카페인 ‘웨이브온 커피’와 유사한 건축물을 지어 운영 중인 울산 북구의 한 카페에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국내 건축물 저작권 소송에서 건축물 철거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소장이 울산의 A 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곽 소장은 해당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든 울산 북구 B 카페가 기장군 웨이브온 커피의 건축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2019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카페 건물을 철거하라는 명령과 함께 A 업체가 곽 소장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국내 건축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기장군 장안읍에 지어진 기장 웨이브온은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7년 세계건축상(WA),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아 지역에서 잘 알려진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9년 울산 북구에 웨이브온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지닌 B 카페가 생기면서 표절 논란이 일었다. 바닷가에 바로 접하고 있는 입지뿐만 아니라 규모, 외관, 내부 구성이 웨이브온과 매우 유사하다는 게 곽 소장의 주장이다. 곽 소장은 B 카페가 웨이브온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건축물 철거를 요구했다.

약 4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재판부는 곽 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웨이브온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갖췄고, 건물 내·외부에 적용된 아이디어가 유사해 B 카페와 웨이브온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건물 철거를 두고 B 카페 측은 “웨이브온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카페에서 웨이브온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면 철거를 명령했다. B 카페 측은 항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뎀건축사사무소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소장은 “책으로 따지자면 단어나 문장을 뺏기는 수준이 아니라 책 전체를 뺏긴 것이다. 표절과 관련한 건축계 전반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소송에 나선 것”이라면서 “다행히 재판부에서 이러한 내용을 인용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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