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비인간 되기’ 실천하는 21세기 에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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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문어의 노래’&홍이현숙 ‘버드나무가 돌아왔다’

조은지 ‘문어의 노래’(위)와 홍이현숙 ‘버드나무가 돌아왔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은지 ‘문어의 노래’(위)와 홍이현숙 ‘버드나무가 돌아왔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사회 전 분야에서 생태는 주요한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 이상 기후 현상,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이 연일 보도되는 등 환경 이슈는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위해 방관해서는 안 될 주요한 사안이 되었다. 환경에 대한 예술가의 문제의식은 20세기 후반 형성된 생태미술 안에서 대지미술, 환경미술, 어스아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호명됐다. 큰 틀에서 보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환경 문제를 공론화하려한 예술운동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생태미술은 미술 일반에 확산돼 다변화, 심층화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가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과거보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인간중심주의에 도전장을 내밀고 비인간을 향한 감각과 의식을 확장해 정신적 교감을 시도하는 작가들이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노래하는 땅’ 전시에 참여하는 현대미술가 조은지와 홍이현숙도 그런 작가이다. 두 미술가는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비인간을 탐구해온 에코 아티스트이다. 다루는 장르는 미디어, 퍼포먼스로 대개 물질적인 결과물이 남지 않는 작업에 매진한다.

먼저 조은지는 문어와의 합일을 시도하는 예술가이다. 비인간 문어와의 교감을 이루기 위해 문어를 주제로 여러 작업을 발표했다. ‘문어의 노래’는 문어의 감각 기관을 경험하기 위해 다중자아를 시도한 작품이다. 태평양 국가의 음악가 8팀과 변성의식을 갖고, 함께 공동 퍼포먼스를 행하는 등의 실험으로 완성했다. 문어가 되기 위해 애쓰는 다소 엉뚱한 모습 이면에는 인간 중심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생명체간의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홍이현숙은 버드나무와 정신적인 교감을 갈구한다. ‘버드나무가 돌아왔다’는 나무와 인간이란 두 생명체가 맺어온 장구한 연대를 신화적 서사와 비언어적 몸짓을 통해 환기시키는 퍼포먼스 영상이다. 북미 인디언 창조 신화 ‘하늘에서 떨어진 여인’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상으로 버드나무가 주인공이다. 하얀 솜털이 나 있는 버드나무 씨앗을 하늘여인에 대입해 만물을 창조하는 에너지의 원형으로 설정했다. 세상을 변화시킬 무한한 생명력을 잉태한 버드나무 씨앗이 뭇 동식물의 도움을 받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스토리이다. 강인한 생명력과 부드러움을 갖고 긴 세월 동안 인간의 곁을 지켜온 버드나무와의 정신적 결합을 시도한다. 전시는 9월 23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이어진다. 박한나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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