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오인·법리오해 없어”…대법, ‘돌려차기’ 가해자 징역 20년 확정(종합)
10년간 신상공개 등도 명령
피해자 “제도 개선에 매진”
‘계곡 살인’ 이은해 무기징역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범죄를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부산일보 5월 3일 자 1면 등 보도) 가해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1일 오전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10년간 신상공개·아동, 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발차기로 의식을 잃게 만든 뒤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열린 1심 재판에서 A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돼 징역 12년이 선고됐으나 검찰은 항소심에서 A 씨의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했다. 지난 6월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A 씨는 “묻지마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강간을 목적으로 여성을 물색한 게 아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이 맞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은 있지만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있고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었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원심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판사한테 20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느낌이다. 가해자는 20년 후 석방을 기다리지만, 피해자는 보복 시간이 다가온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사건 이후에도 신상공개 제도 개선과 피해자 상고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피고인이 마지막까지 본인의 죄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재범 가능성이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신림동 성폭행 사건 등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모방 범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현 양형 시스템이 가중요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에서는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32)의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31)에게도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이들은 남편 윤 모 씨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 씨를 물에 빠지도록 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에서 이은해는 무기징역, 조현수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물에 빠진 윤 씨를 일부러 구하지 않은 점을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봤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